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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문을 연 '광장극장 블랙텐트' 입구 앞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
광화문 광장 한 복판에 위치한 텐트 앞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들어섰다. "이건 누구인가요? 김기춘 수석인가보죠?"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은 해당 조형물의 주인공을 찾아 물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관계자의 설명과 함께 경복궁 일대 관광을 마친 중국인들도 신기한 듯 조형물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지난 7일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에 맞춰 지어졌다. 엄두가 안 날 정도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지만 70여명들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해 5.5미터 높이의 텐트를 세웠다. 각계에서 조명과 무대, 객석 지원이 이어졌고 150여 명이 들어찰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문체부에서 주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인물만 약 1만여 명.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고은 시인과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씨도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조윤선 문체부장관은 9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된다"고 밝혀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는 발언을 내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같은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 '블랙리스트 4인방'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블랙리스트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블랙텐트 개관식에 참여한 연극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를 제작과 함께 정부의 노골적인 검열 정책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극장장을 맡은 이해선 극단 고래 대표는 이날 개관식에 앞서 "블랙리스트 제작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정부에서 공공극장이 가져야 할 공공성이 크게 훼손 됐다"며 "이 과정에서 세월호 희생자, 위안부 등 공동체가 함께 나눠야 할 이야기들은 지워지고 추방됐다"고 비판했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도 이날 개관식에 참석해 "사회부조리에 대해 자정기능을 하는 게 연극인데도 이번 정부에서는 어떤 문제를 제기해도 독선과 오만, 편견으로 밀어붙이면서 그 입을 틀어막았다"며 "문화 예술인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다가 국가가 이 사단이 나게 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13일 오후 8시 개관기념공연을 갖는다. 16일부터는 평일 오후 8시 마다 4주간 공연을 이어간다. 우선 이달 한 달간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빨간 시'(작·연출 이해성)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준비한 '그와 그녀의 옷장'(작 오새혁·연출 김태현), 검열과 예술의 문제를 다룬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작·연출 김재엽) 등의 작품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해선 대표는 "예술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공공성의 가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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