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가 덴마크 올보르그시 주택에서 2일 전격 체포되면서 정씨가 지난 10월 중순 이후 독일로부터 도피생활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검 수사시작 이전 검찰은 줄곧 최순실씨와 최씨의 변호사 등을 통해 정씨가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헛다리를 짚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씨 모친인 최순실씨와 정씨가 독일 슈미텐 주거지에서 사라진 것은 지난 9월 말로 추정된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국내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독일 슈미텐 지역으로 줄줄이 최씨 일가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직후다.
당시 슈미텐 지역 최씨 자택 이웃들과 최씨가 소유했던 비덱호텔 이웃 주민들은 "9월 말께 건장한 남성들이 대형 이삿짐 차를 갖고와 몇일에 걸쳐 이삿짐을 날랐다"고 국내 언론들에게 목격담을 털어놨다. 이후 한동안 최씨와 정씨의 행방이 묘연했다.
정씨의 행방이 다시 확인된 때와 장소는 10월 초순 덴마크 오덴세 지역. 오덴세는 최씨가 체포된 올보르그시와 3시간 거리로 인접한 곳이다. 올보르그시 시내 한 베트남 식당 관계자는 "최씨와 정씨 등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갔다"고 국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목격담을 말했다.
이같은 정씨 행적은 매일경제의 단독 보도내용과도 일치한다. 당시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정씨는 10월20일부터 나흘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개최된 국제승마연맹(FEI) 주관 마장마술 대회에 출전할 계획을 갖고, 10월 초·중순께 덴마크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
정씨는 대회 엔트리에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대회 당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당시는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함께 자신의 이대입학 특혜 의혹까지 일파만파 상태로 퍼진 상황이어서 외부노출을 염려해 대회출전을 포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최씨 역시 정씨와 같이 이 곳에 머물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씨의 독일 간접적 현지 조력자였던 A씨는 본지와 통화하면서 "정유라씨가 대회를 출전할 때는 항상 모친인 최순실씨와 동행했다"며 "마장마술 경기 준비에 최소 3~4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을 통솔하는 게 최씨였다"고 말했다.
체포 당시 정씨가 머물고 있던 올보르그시 주택은 20분 거리에 있는 '헬그스트랜드 마장마술 승마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헬그스트랜드 마장마술 승마장의 주인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랜드는 정씨가 지난 5월 덴마크 올보르, 6월 독일 하겐 국제대회 당시 사용했던 비타나 5(Vitana V)의 소유주다.
정씨가 삼성 측 지원으로 사용했던 비타나5외에 나머지 2마리 말도 모두 이곳 승마장에서 구입했던 것으로 매일경제 취재결과 확인됐다. 또 이 시기를 전후해 비타나5를 비롯한 정씨가 사용했던 말들이 해당 승마장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독일에서 도피생활 중에도 보유한 말들을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승마장이 인접한 곳에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공교롭게 이 시기를 전후해 정씨의 모친인 최씨는 국내 모 언론사와 한 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했다. 당시 해당 언론사는 "인터뷰가 독일에서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덴마크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콘센트의 모양이 독일에서 쓰는 콘센트와 다르고 위치도 독일의 설치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 네티즌들은 사진속 콘센트를 유럽 여러나라 콘센트와 비교해 위치와 모양이 가장 유사한 나라로 덴마크를 꼽았다.
이런 최씨와 정씨의 행적을 비교해보면 결국 최씨와 정씨가 10월 이후 덴마크 올보르그시 일대를 은신처로 삼아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지난달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현지 조력자인 데이비드윤(윤영식·48)씨와 동행한 모습이 포착돼 덴마크 은신 이후에도 독일을 오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독일 현지 교민 B씨는 정씨와 윤씨 형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2명 등 총 5명이 BMW 5시리즈 차량을 타고 가는 것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 한국언론에 제보했다. 한 현지 교민은 "최씨가 급히 독일을 떠나면서 재산을 모두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씨가 독일을 은밀히 오고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올보르그간 거리는 비행기로 3시간, 자동차로 9시간 거리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미 두달 전에 언론을 통해 정씨가 오덴세 인근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검찰은 줄곧 정씨가 독일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검찰 수사의지가 매우 의심스럽고 정씨의 그간 은거 행적도 특검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유라 체포, 이제야 말할 수 있다"라고 말문을 뗀 뒤 "정유라를 찾기 위해 독일을 다녀온 날 지난달 13일 자정 무렵 EU 특수경찰로부터 정유라 있는 곳을 찾았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다음날 14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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