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의혹 조목조목 부인…특검팀 수사 향배는?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전반을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아 향후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립니다.

박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결과 대리 처방,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 세월호 7시간·차은택의 인사 추천 등 불법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 '블랙리스트'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몰랐으며,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뇌물죄 의혹은 그럴 의도가 없었으며 국가의 정책 판단이었다는 주장입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삼성 합병 찬성을 둘러싼 제3자 뇌물죄 의혹에 대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으며 "누구를 봐 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이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기초적인 사실관계는 드러난 상태에서 객관적 사실을 부인하는 전략을 쓸 수 없으므로 쟁점을 법 해석·적용 차원의 문제로 바꾸려는 의도로 법조계는 해석합니다.

국민연금이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찬성 의결을 앞두고 청와대 측의 '지시'로 의심되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상태에서 이를 부인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관계의 존재를 다투는 것은 피하면서 정책 판단에 대해 사후에 '옳고 그름'을 가려 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삼성의 청탁은 없었고 삼성을 봐주려는 의사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해당 의혹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 적용을 판가름하는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특검이 지난달 21일 공식 수사에 돌입하면서 겨냥한 첫 번째 수사 대상이기도 합니다.

특검은 삼성이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국민연금의 합병 지원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씨 측에 각종 금전적 지원을 한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삼성으로부터 관련 청탁을 받거나 특혜를 주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다만 "20여개 우리나라 증권사 중에서 한두 군데를 빼고 다 (합병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챙기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다. 그러나 여기저기를 제가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 차원에서 삼성 합병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던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에 의결 방향을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의혹의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기되 국민 여론을 반영한 국가적 정책 판단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죄가 될 수 없다는 식의 방어막을 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러 증권사의 사례를 제시해 당시 정책 판단이 독단적 판단이 아니라는 점도 내비쳤습니다.

삼성 합병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정황은 특검 수사에서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입니다.

구속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통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도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전략은 다른 답변에서도 드러납니다.

박 대통령은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자동차 엔진 흡착제 제조업체인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특혜 의혹에 대해 "기술력이 있다는데 거대한 기업에 끼여서 제대로 명함 한번 못 내미는 것 아닌가 해서 그럼 알아봐서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으냐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납품을 도운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중소기업 지원을 의식한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대통령 주치의가 아닌 의사로부터 주사제 처방이나 진료를 받았다는 '비선 진료' 의혹에도 "누구나사적 영역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거나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법리적으로 죄의 유무를 다투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는 아예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단단하게 방어막을 쳤습니다.

박 대통령의 수사 대응 전략의 일단이 공개됨에 따라 특검도 향후 수사 방향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일단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련 물증과 진술을 최대한 확보해 박 대통령의 대응 논리를 무너뜨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압수수색, 주요 의혹 당사자 신병 확보 등 고강도 강제 수사를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특검은 특히 수사의 고비가 될 청와대 압수수색 수위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는 군사상 보안 등의 명분을 내건 청와대의 반대로 경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연무관에서 일부 자료만 받았지만 이번에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게 특검의 입장입니다.

박 대통령이 대면 조사를 수용할지도 관심사다. 박 대통령은 검찰 단계에선 대면조사를 거부했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주요 의혹에 대해 법적 쟁점화를 예고하면서 특검도 고민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옭아맬 촘촘한 증거와 진술 확보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특검 측은 "대통령 간담회에 대한 입장 표명 방식과 시기는 추후 얘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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