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원전 폭발로 혼란에 빠진 마을 주민들을 그린 영화가 얼마전 개봉했죠.
물론 있어선 안되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실제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비책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정치훈 기자가 원전 주변 마을을 점검했습니다.
【 기자 】
전남 영광의 한빛 원자력발전소 인근 한 마을입니다.
한빛원전 반경 30km 안 마을 곳곳에는 원전 사고에 대비한 비상 대피 물품이 거주 인력의 3배 가량인 13만 개나 비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긴급하게 써야 할 물품이 들어 있는 창고는 평상시 이처럼 열쇠로 잠가져 있습니다.
창고를 열고 들어가, 보호안경과 마스크, 방호복 등으로 구성된 상자 하나를 꺼내보니 주민들은 이런 비상 물품을 아예 처음 봤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전남 영광군 홍농읍
- "보지도 못했는데 사용을 어떻게 해요? 위험하면 쓴다는 것만 알지."
일년에 두세번 있는 훈련에 참가한 한 주민도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설사 방호복을 입고 대피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길은 원전으로 통하는 이 좁은 2차로뿐입니다."
대피를 위해 이 도로를 통과해야 하는 주민이 7천여명에 이르고, 개인차량을 타고 대피하라고 돼 있지만 한꺼번에 몰릴 경우 혼란은 불 보듯 뻔합니다.
▶ 인터뷰 : 김차복 / 전남 영광군 홍농읍
- "도로도 좁죠. 자기들 살라고 하지 주민들 실으러 올 차가 있겠어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부랴부랴 원전 주변 도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진척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9월 경주 지진 이후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너무나 안일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