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로 무너진 이인화 교수…작품 곳곳서 국가주의 역사관 드러내
↑ 이인화 교수 / 사진=연합뉴스 |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과제를 대신해준 혐의로 지난달 31일 긴급체포된 작가 이인화(51·본명 류철균)는 박정희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국가주의를 지지하는 역사관을 소설 속에 드러냈습니다.
주로 역사적 상상력에 기반한 그의 소설들은 한국형 역사추리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노골적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문단에서 필명과 본명을 번갈아 쓰며 자기 작품에 대해 '셀프 평론'을 하는 기행을 벌이는가 하면 소설 데뷔작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1997년 3부작으로 완성한 소설 '인간의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대의 영웅으로 대놓고 묘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을 형상화한 인물 '허정훈'의 가족사를 1870년대부터 6·25전쟁까지 한국 근현대사와 겹쳐 보여줍니다. 박 전 대통령과 똑같이 1917년 11월 태어난 허정훈은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국군에 합류합니다.
허정훈은 해방 이후 혼란과 한국전쟁의 불바다 속에서 자신이 구상한 '인간의 길'에 확신을 갖게 됩니다. 저주받은 민족의 암흑기를 타개하려면 군국적 영웅과 민중의 애국이 필요하다고 허정훈은 깨닫습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나 가장 고통스러운 세월을 이겨내고 가난과 절망에 빠진 한 민족을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번영으로 이끌었다"는 작가의 말은 박정희 군사독재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의 길'이 노골적인 '박정희 찬양가'라는 비판을 받았다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원한 제국'(1993)에서는 절대적 국가주의에 대한 작가의 신념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22번째 임금 정조의 독살설을 모티브로 한 역사추리소설 '영원한 제국'은 정조의 명령을 받아 선대 영조의 서책을 정리하던 규장각 검서관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작가는 정조가 승하하기 몇 달 전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조정의 당파싸움을 그립니다.
왕권을 강화하려는 정조와 신권정치를 주장하는 노론 사이에서 작가는 은근히 정조 편에 서며 절대적 왕권정치를 정당화합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는 절대주의 국가를 거친다"며 박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이 필연적이었다는 자신의 역사인식을 드러냅니다. 정조가 이른바 '홍재 유신'을 실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탓에 민족사가 160년 후퇴했고 그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이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는 노론에 탄압당한 영남지역 남인 가문에서 전해져온 정조 독살설을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과 함께 작가의 치우친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영원한 제국' 이후 정조가 실제로 독살당했다고 주장하는 역사서적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조가 노론 벽파의 핵심인물 심환지와 비밀리에 주고받은 어찰이 2009년 공개되면서 독살설의 설득력이 희박해진 상태입니다. 당파싸움으로 조선이 망했다는 인식은 일제 식민사관의 하나로도 꼽힙니다.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필명 이인화(二人化)는 염상섭 소설 '만세전'의 주인공에서 따왔습니다. 작가 이인화와 평론가 류철균이라는 두 인격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본명 류철균으로 양귀자 소설평론 '유황불의 경험과 리얼리즘의 깊이'를 기고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92년에는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필명 이인화 명의로 발표하고 이 소설에 대한 평론을 본명 류철균 명의로 써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이 소설로 그해 작가세계문학상을 받았지만 곧바로 공지영과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기존작품을 변형시키되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차용범주에 드는 혼성모방 기법을 택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실재와 모방의 경계를 무너뜨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도입한 작법이라는 것입니다. 표절 시비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재작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 국면에서 남편인 문학평론가 남진우가 언급하면서 재차 불거졌습니다.
작가는 강의 도중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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