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송박영신' 촛불…누적 참가자 1천만 명 돌파
↑ 송박영신 촛불 / 사진=MBN |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올해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가 31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열렸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 불거진 이후 10주째입니다.
추운 날씨에다 한 해를 마감한 날임에도 전국 각지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2016년 한국사회 최대 사건인 촛불집회의 궤적을 돌아봤습니다. 새해에도 촛불 동력을 계속 이어가자는 의지도 다졌습니다.
친박(친박근혜) 보수 단체들도 태극기를 앞세운 맞불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언론과 종북세력 선동으로 박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당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반드시 기각할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 "박근혜 보내고 새해 맞자"…세밑에도 광장 메운 촛불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송박영신(送朴迎新,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다) 10차 범국민행동'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집회는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든 촛불집회의 흐름을 다시 한 번 공유하고, 내년에도 박 대통령 퇴진과 조기 탄핵, 한국사회 적폐 청산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뜻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2016년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서니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며 "기득권 계층의 추한 민낯이 드러났을 때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했지만, 위대한 국민은 절망의 순간을 새로운 희망의 순간으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집회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촛불 시민혁명이라는 위대한 경험을 한 세대"라며 "1987년 세대가 평생 87년 세대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듯 여러분은 2016년 세대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라"고 당부했습니다.
기온이 영상권에 턱걸이한 추운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오후 10시30분 기준 연인원(누적인원) 100만명이 광화문 광장 등 세종로 일대를 메웠습니다. 경찰은 오후 9시 45분께 일시점 최다 운집인원을 약 6만5천명으로 추산했습니다.
퇴진행동은 1차 주말 집회가 열린 10월29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적으로 누적 참가자가 1천만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퇴진행동은 "단일 의제로 1천만명이 집결한 역사상 첫번째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앞 100m까지 행진했습니다. 박 대통령 체포와 공범자 처벌,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 헌재의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하는 함성과 퍼포먼스도 이어졌습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으로 집결해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합류했습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보신각 로터리로 몰려 구호를 외치자 마치 광화문 광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카레 덮밥 4천160그릇을 나누는 행사도 마련됐습니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송박영신' 구호와 함께 올 한해를 마감하는 촛불집회가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부산 촛불집회는 최근 논란이 된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과 함께 열렸습니다. 관할 자치단체인 부산 동구는 행정대집행으로 소녀상을 강제 철거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 커지자 소녀상 설치를 사실상 허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 헌재의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 황교안 권한대행 퇴진,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폐기 등을 요구했습니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김준태 시인이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다룬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낭독했습니다.
전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도 헌재에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엽서 쓰기, 공연, 시민 자유발언 등을 함께하며 올해 마지막 촛불집회를 이어갔습니다.
퇴진행동은 이날 하루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연인원 110만4천명이, 경찰은 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8만3천여명이 모였다고 추산했습니다.
◇ 록·뮤지컬 콘서트 방불…신대철·전인권 등 출연
광화문 본 집회에 이어 열린 '송박영신 콘서트'는 시민들의 열광적 반응을 끌어내며 이날의 백미로 기록됐습니다.
록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전인권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자신의 아버지 신중현의 대표곡 '아름다운 강산'과 '미인'을 선보였습니다.
'아름다운 강산'은 애초 보수단체 맞불집회에 등장했습니다. 이에 신씨는 곡이 쓰인 맥락이 보수단체 집회와 맞지 않는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자신을 촛불집회에 출연시켜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국악과 록을 접목한 편곡에 신대철의 현란한 기타 연주와 전인권의 거친 보컬이 어우러지자 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했습니다. 마치 록 콘서트의 '스탠딩' 공연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박건형 등 뮤지컬 배우들로 구성된 '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팀'은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수록곡 '임파서블 드림' 등 집회에 어울리는 곡을 선보여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꽃다지의 민중가요 '바위처럼'을 '촛불처럼'으로 바꿔 부른 펑크록 밴드 타카피를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솔가와 이란,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 섬도 각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한 해 마지막 밤을 시민들과 함께했습니다.
◇ "촛불 보내고 태극기 맞는다" 보수단체도 제야 맞불집회
친박 보수단체는 촛불집회의 '송박영신'에 대응하는 '송화영태'(送火迎太,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이하다)를 내세워 맞불집회를 이어갔습니다.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이날 오후 중구 대한문 앞에서 '7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를 열었습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도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탄핵반대 국민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태극기와 '탄핵 무효' 피켓을 든 참가자들은 언론과 종북좌파 세력의 선동으로 지금의 탄핵 사태가 빚어졌다고 규탄했습니다. 아울러 애초에 탄핵소추 근거가 희박해 헌재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프라자호텔→소공로→한국은행→남대문 로터리를 지나 중앙일보사 앞까지 행진하고서 '최순실 게이트'를 연 태블릿 PC 출처를 명확히 하라며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72만5천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오후 6시 기준으로 일시점 최다 운집인원을 약 2만5천명으로 추산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경비경력 230개 부대(약 1만8천400명)를 투입해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참가자들을 격리하는 등 안전관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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