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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최근 대한항공 기내에서 과음 후 난동을 부린 탑승객에게 잇달아 탑승 거부 조처가 내려지면서 기내 난동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됐습니다.
미국에서도 운전 중 분노를 일으켜 도로 위에서 난폭·보복 운전을 일삼는 로드 레이지(road rage)를 넘어 수만 피트 하늘 위에서 발생해 더욱 위험한 '에어 레이지'(air rage·기내 난동)를 우려하는 시선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출발해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델타항공 여객기가 남녀 승객의 기내 소란 행위 탓에 이륙 직후 출발지로 긴급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 승객이 찍은 동영상을 보면,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이 비행기에 올라탄 경찰에 끌려 나왔습니다.
동영상을 찍은 패트릭 웨일런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륙 때 화장실을 사용하려던 여성에게 승무원이 제자리에 앉아달라고 요청하자 이 여성과 커플인 것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백만 마일을 비행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면서 "끔찍했다"고 혀를 찼습니다.
웨일런은 "커플은 제멋대로 굴었고 통제 불능 상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내 난동객을 끌어내리고자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조종사는 미니애폴리스 공항으로 기수를 재빨리 돌렸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애나 크리스틴 쿠스먼(36)과 블레이크 애덤 플라이시그(35)는 난폭 행동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습니다.
두 승객 탓에 비행 일정은 2시간 반 지연됐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캘리포니아 주 샌타 로사 출신으로 네덜란드에 사는 조나 케일 스노우 씨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로 오던 KLM 605편 기내에서 과음에 흡연하다가 이를 제지하던 승무원을 폭행하고 귀마저 물어뜯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스노우는 최대 징역 20년 형과 25만 달러(약 3억125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NBC 방송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자료를 인용해 2014년 9천316건이던 전 세계 여객기의 기내 난동 건수가 2015년 1만854건으로 16.5% 증가했으며 나날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가 지난 9월에 소개한 내용에서 기내 난동이 1994년 1천132건, 1997년 5천416건이던 것에 비춰보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입니다.
기내 난동은 욕설, 승무원 지시 이행 거절 등을 포함합니다.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을 향한 신체 공격, 기내 기물 파손 등과 같은 행위는 지난해 기내 난동의 11%를 차지했습니다.
기내 난동의 급증 이유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술이 큰 원인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지만, 탑승 전후 과음에 따른 기내 난동은 전체의 23%일 뿐이라고 더 텔레그래프는 전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트래블러스 유나이티드'의 찰리 로차 회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술은 기내에서 오래전부터 제공됐기에 최근 기내 난동 급증의 주요한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승객 개인의 좌석 공간이 좁다는 사실이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항공사들이 이윤 창출을 위해 넓은 프리미엄 좌석을 늘리고 기존 이코노미 좌석의 공간을 줄인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텔레그래프도 지난 5월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프리미엄 좌석을 구비한 여객기에서 기내 난
하늘 위에서의 경제적 불평등이 승객의 분노를 유발했다는 가설로 토론토 대학의 조직행동학과 교수인 케이티 디셀레스는 항공사의 좌석 등급제와 승객의 못된 행동 사이에 연관성이 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