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 앞. 매주 이어지는 수요집회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꽃을 들었다. 올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위해 추모의 꽃을 준비하자는 주최 측 요구에 응답한 사람들이다. 올해 운명을 달리한 할머니는 7명으로 이날 기준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9명이다.
이날은 올해 들어 마지막 수요집회 날이자 지난해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은지 1년이 된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 위안부 합의 직후 1000여명이 모였던 수요집회보다는 규모가 줄었지만 평소 모이는 100여명 보다는 5배 넘게 모였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일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기 위해 박 대통령 모양의 가면을 쓰고 죄수복을 입은 채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매주 수요집회를 찾는다는 대학생 김나진(21)씨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이행에 변동은 없다고 말한 데 분노한다"며 "아무런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해결책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을 '굉장히 분노스러운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합의 1년이 됐지만 집회는 이제 시작"이라며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기세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는 이날 열린 1263회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열렸다.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 옆에 늘 시민들이 함께 한 셈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인 만큼 집회 현장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발언도 많았다. 제대로 된 보상과 사과가 없는 한 시민들이 함께 하는 수요집회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마이크를 잡은 이수정(18)양 추모사에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지구 건너편에서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는 말처럼 저희가 작은 노력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저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나비가 돼 하늘로 날아간 할머니들을 잊지 않겠다. 그리고 남은 할머니들께 사랑과 존경을 표한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도 "소녀상이 호주·캐나다·독일에서도 평화비가 세워지고 있다"며 "괴로워 말자. 웃으며 희망으로 좋겠다"라고 희망을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일부 야당 정치인들도 자리했다. 추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억지합의'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의 정부·외교부가 나서서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이고 어느 나라 정부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 역시 "지난해 있었던 한일합의는 무효"라며 "국민과 한 번도 제대로 상의한 적 없는 밀실합의가 어떻게 유효한가"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록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예산을 내년도에 책정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고 1년이 흐른 현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10억엔(약 108억원)을 받아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 중 절반 이상에게 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최 측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합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현금 지급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89) 역시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기 전에는 타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들이 위로금 받겠
동아리 친구들과 피켓을 만들어 집회에 참석한 최이랑(14)양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바라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빨리 할머니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제대로 할머니들을 위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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