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중소기업 대표의 아들이 대한항공 기내 일등석에서 음주를 하고 승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엔 유력 대기업 오너 2세가 술집에서 종업원을 상대로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사건의 주인공은 동국제강 오너 일가의 장남 장모(43)씨다.
27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장씨를 재물손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26일 오후 8시 45분께 서울 용산구의 한 고급 와인바에서 지인 4명과 술을 마신 뒤 술값을 두고 종업원과 시비가 붙었다. 술에 취한 장씨는 이 와인바에서 물컵을 던지며 항의하다가 고가의 양주 5병을 깼다.
결국 술집 측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장씨는 "물컵은 깼지만 양주는 깨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장씨와 술집 측이 서로 합의하면서 마무리가 되었지만,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중견 무역업체인 D물산 대표의 아들 임모(34)씨가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 탑승해 승객 1명과 승무원 2명을 때리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주변에 의해 제압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 당시 같은 공간에 탑승중이었던 팝가수 리처드 막스씨가 승무원과 함께 임씨를 제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금수저의 안하무인 행동은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기도 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기득권 세력의 권력형 비리로 국민들이 좌절감에 빠져 있는 가운데, 금수저들의 '갑(甲)질' 행패가 연달아 터지면서 국민적인 분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기내 난동을 벌인 임씨 일가 회사가 유통하는 화장품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도 보인다.
잊을 만 하면 터져나오는 부유층의 비도덕적인 행태는 국민들에게 극도의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계층에서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보다는, 약자를 상대로 한 갑질을 하고 권력에 유착해 각종 부정부패에 가담하는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병들고 부패한 귀족)' 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특히 스스로 부를 일군 1세대 기업인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재력을 물려받은 이른바 '금수저' 계층들의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부유층에 대한 사회적인 적대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조현아(42)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에 이어 LG 일가 3세(구본호)가 강남 논현동 소재 건물 세입자에게 욕설과 협박을 한 사건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운전기사 폭행·욕설 등으로 구설에 올라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가진 사람들'의 비도덕적인 행태가 자본주의의 빈부 격차에서 오는 계층 간 갈등을 확대시키고, 결과적으로는 사회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엘리트 계층의 갑질 행태가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국민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서태욱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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