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좌파 성향을 띤 법률인 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청문회장에 나온 육군 법률 고문 조셉 웰치. 그를 거세게 몰아세운 정치인은 미국 전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 였습니다.
중국이 공산화되고 한국전쟁이 시작된 1950년대 초, 미국을 휩쓴 반공주의 즉 '매카시즘'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죠.
2016년 현재, 냉전시대가 흘러간 역사가 됐듯 '매카시즘' 역시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청문회장에서 나온 말을 들어볼까요.
백승주 / 새누리당 의원 (어제, 5차 국정조사 청문회)
-"2015년 11월 4일에 북한이 이미 당시에 반제민족민주전선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북한이 이미 보도를 해요. 선전 선동을 합니다."
최태민·최순실 등의 얘기가 북한 사이트에서 먼저 나왔다며 마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북한이 주도한 괴담인듯이 얘기를 했습니다.
이 뜬금없는 발언을 한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같은 당 의원을 대신해 어제 청문회에 처음 출석했는데, 그야말로 스타 아닌 스타가 됐지요.
백 의원의 발언에 오죽하면 같은 청문위원들까지 '뭐하러 왔냐', '천벌을 받을 것이다'라며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죠.
백승주 / 새누리당 의원 (어제, 5차 국정조사 청문회)
-"동의를 안 받고 남의 컴퓨터에서 카피하면 됩니까? 그 카피를 찾아서 세상에 알리면 많이 세상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카피를 한 것 자체는 범죄행위잖아요."
최순실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에게 한 말입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내부 고발자에게 되려 그 증거가 불법이라며 추궁하는 의원.
평생 군에 몸 담고 국방부 차관까지 지냈으니 나라 사랑과 군인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청문회장에서, 그것도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청문회에 뜬금없이 북한을 끌어들이고 증인을 죄인으로 모는 건 논점을 많이 벗어난 거 아닐까요?
매카시 청문회에서 추궁을 받던 조셉 웰치는 '그만하면 충분히 했다. 예의를 지켜달라'고 말한 뒤 청문회장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청문회장엔 박수소리가 터졌다고 하죠.
북한 개입설은 보수 진영의 최후의 보루라도 되듯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진 이게 통했을지 몰라도 이젠 좀 달라졌습니다. 같은 보수조차 동의하지 않는 재료가 돼 버렸거든요.
'보수는 건강해야 하고, 진보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당장 아쉬운 지금을 모면하려고 북한을 끌어들이고, 증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이럴수록 되려 지금까지 당신들을 지탱해준 보수들이 더 떨어져 나가게 될거라는 걸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