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정농단 사건의 첫 공판에 다녀온 강현석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뒷 이야기 알아보겠습니다.
강현석 기자? (네, 안녕하세요)
【 질문1 】
최순실 씨 어제 처음으로 재판을 받아봤을텐데, 분위기가 어땠나요.
【 기자 】
네, 처음에는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었습니다.
검은 뿔테안경에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최 씨는 시종일관 반쯤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끔 본인의 혐의를 말하는 검찰을 쳐다보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얌전한 태도를 보였고요.
머리 한가운데는 흰색 새치까지 난 상태라서, 상당히 수척해 보였습니다.
일각에선 방송 카메라가 빠지자, 태도가 돌변했다고도 하는데,
직접 지켜보니 그정도는 아니었고요. 대체로 침착한 모습을 보인 것은 맞습니다.
【 질문2 】
그러고보니, 지금 저희가 보고 있는 재판 영상. 보통 외부에 공개되지 않을텐데요.
【 기자 】
바로 보셨습니다. 보통은 재판 과정은 촬영을 할 수 없는게 원칙이죠.
저도 법조 출입기자를 한지 제법 됐는데도, 법정에 방송 카메라가 허용된건 글쎄요.
세월호 참사 책임이 있던 이준석 선장의 첫 재판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는 재판부가 전격 촬영을 허용해줘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물론 전체를 다 촬영한 것은 아니고요. 합의부 판사 3명이 입장하고, 최순실 씨가 입장할때까지.
그러니까 약 90초 정도 되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죠.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또 언론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촬영이 성사됐습니다.
【 질문3 】
한가지 의아한 점도 있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최순실 씨가 흰색 옷을 입고 온 것 같은데 저런 복장은 처음 보는데요.
【 기자 】
네, 우선 색깔부터 정정하겠습니다.
저 옷의 정식 색깔은 사실 연한 갈색입니다.
저도 사실 그렇게는 안보이지만, 법무부에 따르면 지정된 색상은 연한 갈색이 맞고요.
색을 들이는 과정에서 약간 조명 등의 영향으로 아이보리색이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은 들었는데요.
아무리봐도 흰색 같기는 합니다.
사실 저 옷은 통상적인 수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형이 확정되지 않은 여성 미결수는 연두색 수의를 입습니다. TV 드라마 같은 곳에서 보셨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영치금, 즉 안에서 쓰라고 밖에서 넣어주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자비부담물품이란 것인데요. 저 흰색 같아 보이는 수의는 최순실 씨 본인 돈으로 산 겁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영치금으로 따로 사서 입은 그런 옷인 셈이죠.
참고로 남성도 똑같은 자비부담물품이 있는데, 색깔은 옅은 하늘색이라고 합니다.
【 질문5 】
어제 최 씨가 섰던 법정, 낯이 좀 익다 했더니, 과거 큰 사건을 다뤘던 바로 그 장소더군요.
【 기자 】
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150석에 달하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인데요.
그만큼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열렸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6년,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및 12·12사건, 5·18사건으로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이 이 법정에 섰습니다.
이 밖에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나 정태수 전 한보회장 등 재벌 등도 이 법정에 서서 선처를 호소하곤 했습니다.
【 질문6 】
방청객들도 어제 굉장히 많았죠.
【 기자 】
네, 자리가 총 150석이 있었는데, 사건 관계자와 가족, 취재진에 사전할당이 일단 됐고요.
나머지 80석을 놓고 며칠전 추첨까지 벌어졌는데요.
예상대로 80석 모두 채워졌습니다.
재판 시작이 2시 10분이었는데, 1시부터 법정을 개방했죠.
그렇지만, 당첨된 사람이 왔는지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보안검색대까지 거쳐야 해서, 들어가는데만 십여 분이 걸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법정에서 소란이 빚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는데요.
다들 무척이나 흥미로운 눈빛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질문7 】
사실 어제는 공판준비기일, 즉 일종의 준비과정이잖습니까? 최 씨가 굳이 나올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 기자 】
맞습니다. 정식재판이라면 피고인이 나오지 않는 건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본인이 지금 범죄자로 처벌받느냐 마느냐를 다투는 절박한 상황에서, 재판에 안나온다?
판사로 하여금 '범죄자가 맞네' 하는 심증을 주기에 충분하죠.
불구속된 상태라면 재판 도중에 구속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공판준비기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공판에 앞서서 이런저런 쟁점이 있고, 어느 증거에 동의하는지 등을 미리 점검하는 자리죠.
사실 어제 나온 피고인은 최순실하고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그리고 관련된 1명 등 총 3명 뿐이었습니다.
차은택, 김종, 정호성, 안종범 등은 보이지도 않았죠.
그런데도 최순실 씨가 직접 나왔다는 건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우선 의지표명인데요. 지금 전부 무죄취지로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재판 초반부가 '나는 무죄가 맞다'는 의지를 걸 재판부에 강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죠.
개인적 호기심도 한 이유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재판받는데, 누가 재판하는지 검사가 어떤 말을 하는지 관심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실제로 모 국회의원은 굳이 나올필요 없다고까지 했는데도, '궁금하다'는 이유로 본인의 공판준비기일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분은 나중에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 질문8 】
좀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약간 무거운 내용으로 들어가보죠.
결국 혐의를 모두 부인했는데, 앞으로 재판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기자 】
이게 참 재판부 입장에선 피곤하게 됐습니다.
일단 혐의를 모두 인정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별 문제가 없는데요.
지금 정 전 비서관을 뺀 나머지 사람, 그러니까 최순실, 차은택, 안종범, 김종 이런 분들은 전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최순실 씨 변호인이 어제 보여준 태도를 보면, 재판이 금방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검찰의 증거목록이 886개에 달하는데, 이걸 재작성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예컨대 증거 1,2,3이 있으면 혐의 1,2,3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혐의에 맞춰서 정리를 해달라는 것이죠.
이거 보통 작업이 아닙니다.
게다가 검찰에 출정기록 사실조회도 신청하죠. 이게 뭐냐면 몇시 몇분에 검찰에 나와서 돌아갔는지 알려달라는 겁니다.
이 배경을 알아야 하는데요. 변호인단은 어제 최 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법적인 조사를 당했다고 주장을 합니다.
재판에 넘겨지고 조사를 하면 안되는데 했다는 거죠.
이것도 일일이 지금 따져야 하고요.
여기에 JTBC에서 입수한 태블릿PC. 어찌 보면 확실한 증거인데,
이 증거에 대해서도 검증을 신청합니다. 의혹을 풀고 가겠다는 취지인데, 다분히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