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30여년째 의류점을 하다 최근 화재로 피해를 본 A(60)씨는 요즘 보험이 원망스럽습니다.
한 금융권에서 보장 한도가 최대 5천만원인 개별 화재보험을 10년 이상 들었으나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A씨는 "화재로 1억 3천만원 가량 피해를 봤다"며 "보험금을 받아 임시 상가를 얻는 데 보태려고 했더니 담당 직원이 온갖 서류를 요구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건물 보험은 따로 가입했는데 등기부 등본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점포 도면을 그려보라고도 요구했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보험 담당 직원이 요구한 10여 가지 서류 중 가장 애를 먹이는 것은 자산 피해를 증명해 보일 물품 견적서입니다.
A씨는 "거래처가 서울에 20∼30곳이 되는데 무려 1년 치 물품 거래 명세서를 떼오라고 한다"며 "1년 치 계산서를 떼주는 거래처는 없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결국 견적서를 준비하지 못해 보험금 청구 절차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피해 상인 가운데 A씨처럼 개별 화재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20∼30% 정도라고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는 밝혔습니다.
보험 가입자 중에는 보험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A씨처럼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래시장 유통망에서는 세금 문제 등으로 거래처 간 계산서 발행이 투명하지 않은 관행이 있어서입니다.
이 때문에 서문시장 상가연합회가 정부에 민간 보험금 지급을 앞당기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재고 자산 피해에는 보험사가 예측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하지만 마트는 물품 입고를 전산으로 확인하나 전통시장은 자산 규모를 입증해 보일 근거가 없다는 맹점 때문에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자주 논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