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김해 밀양 창원 양산 하동 등 경남 시·군 소속 공무원 21명은 지난 2014년 10월 하반기 나랏돈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왔다. '글로벌 마인드 제고를 통한 역량 강화 및 외국어 능력 배양' 및 '해외 선진국의 대체에너지 실행현황을 직접 확인해 국내 활용 방안을 마련한다' 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10박12일 일정 동안 방문한 대체에너지와 관련된 기관은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 1곳과 풍력발전소 1곳이 전부였다. 나머지 일정은 뉴욕시내 링컨기념관 나이아가라폭포 LA 다저스구장 라스베가스 시내 그랜드캐년 요세미티국립공원 등 주요 관광지 방문으로 채워졌다. 심지어 이들이 제출한 국외출장 보고서는 지난 2013년에 유사한 코스로 다녀온 다른 공무원들이 제출한 것과 문구까지 거의 똑같았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인사혁신처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무원들의 외유성 출장행태가 아직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걸핏하면 나오는 '예산부족 타령'도 미국 등 해외로 놀러가는 공무원들의 출장비 편성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간단한 공공기관 방문 일정만 포함시킨 후 나머지 일정의 대부분을 관광으로 계획하는가 하면 아예 부부동반으로 단체여행을 가기도 했다.
올 10월에는 전라북도 전주시 완사구와 덕진구 공무원들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 '세계화 시대에 부응한 견문 확대로 글로벌마인드 향상' 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10월 19일 출발해서 28일에 돌아오는 10일 간의 일정 동안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바티칸박물관 콜로세움 베네치아 밀라노, 영국에선 런던 시내와 대영박물관을 둘러봤고, 심지어 스위스에선 융프라우 봉우리에 등정하기도 했다.
경상남도 공무원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의 소방서를 각 1곳 씩 모두 3곳을 돌아보면서 7박 9일 동안 사실상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소방행정업무 표준화 편람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한다며 지난달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난 이들은 26일 BMW 전시장을 둘러보고 마리엔 광장과 프라우엔 교회를 방문했다. 경상북도 공무원들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7박 9일 출장을 가서 피오르드를 구경하거나 산악열차를 탔고, 전라북도 공무원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부부동반 출장을 떠나 나이아가라폭포와 뉴욕시내, 퀘백주 관광지 등을 둘러봤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방공무원들은 2012년에 2만9870명이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2013년에는 3만5473명, 2014년에는 2만5434명이 다녀왔다.
예전 출장 보고서를 완전히 베껴 제출한 사례도 발견됐다. 경상남도 공무원들이 2014년 제출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관련 해외연수 보고서'는 다른 공무원들이 2013년에 제출한 보고서와 완전히 일치했다. 연수내용을 설명하는 서두 부분은 물론 방문국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는 부분까지도 주요 통계치가 업데이트 된 것을 제외하면 똑같은 문장이 이어졌다.
인사처는 공무원 국외출장의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무국외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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