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던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 9일 점심식사를 거르고 PC방으로 향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예매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열심히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지만 결국 예매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온라인 중고 티켓거래 사이트를 둘러보던 김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가 8만원이던 티켓 가격이 12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며 온라인 암표상도 활개를 치고 있다. 공연을 예매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좌석이 중앙 앞자리일수록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티켓 가격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플미충(프리미엄+벌레 충(蟲)’과 되파는 사람들을 일컫는 ‘되팔이’가 그것이다.
온라인 암표거래는 콘서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프로야구의 가을 축제 시즌인 포스트 시즌이 되면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어김없이 암표상들이 등장한다. ‘포스트 티켓 양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는 이들은 원가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요구한다.
온라인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이들이 예매할 때 ‘매크로 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매크로 코드란 여러 명령어를 묶어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 날짜와 좌석, 결제정보 입력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이들은 여러 IP주소를 활용해 대량으로 좌석을 예매하기도 한다.
이에 최근에는 예매처와 소비자들이 암표상 신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암표상이 재판매를 위해 인터넷에 올린 공연명, 좌석번호, 계좌번호 등을 명시해 예매처에 신고하면 예매처는 거래 약관에 따라 이들의 예매를 취소한다.
연예 기획사들은 팬들에게 우선 예매 기회를 주거나 공연장에서 신분증 대조 등을 통해 암표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암표상의 신상을 SNS에 알려주면 사인 CD를 증정하는 소속사도 있다.
KBO도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최근 2차 티켓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티켓시장은 1차적으로 판매된 경기 입장권을 다시 판매하는 공간을 말한다. KBO는 지난 14일 열린 2016윈터미팅에서 ‘2차 티켓시장’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기도 했다.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와 강래혁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암표를 근절하고 야구팬들이 구하기 어려운 티켓을 더 편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시즌권 소지자가 자신의 티켓을 재판매하는 2차 티켓시장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지털뉴스국 서정윤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