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연설 마친 반기문 총장, 귀국 임박…'텃밭' 충주는 '신중모드' 돌입
↑ 반기문 고별연설 / 사진=연합뉴스 |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몇 달 전과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임박했으나 그의 고향이자 텃밭인 충북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할 예정이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란 음성과 충주에서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가 터지기 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반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가 본격적인 조직 구축에 나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 충주지회는 이달 중 창립 보고회를 열 계획입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분위기가 뜨지 않아 고심 중입니다. 여기에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아직 대회 일정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모집한 충주 지역 반딧불이 회원은 70여명, 실제 활동하는 인원은 30∼40명 수준이라고 단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반 총장이 초·중·고교를 다니고 어머니가 사는 본가가 있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이하의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달 25일 반 총장 고향인 음성에서 열린 반딧불이 충북본부 창립대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최 쪽은 행사장 자리가 다 차지 않을까 막판까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실제로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반 총장 모교인 충주고 동문회도 최근 시국을 의식한 듯 '신중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문회장 출마자가 몰리면서 사상 처음 경선을 치르고, 추석 무렵에는 모 정당 중앙당 인사가 동문회 관계자를 만나러 직접 충주를 방문했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룹니다.
충주고 동문회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반딧불이와 선을 긋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몇년째 반기문 기념사업을 해온 충주시와 음성군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존 사업은 계속하되 신규 사업 추진은 전면 중단했습니다.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에 짓고 있는 유엔평화관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치고 공사를 합니다.
충주시도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반기문 비전스쿨, 반기문 해외봉사, 세계 속 반기문 알리기 국제협력사업 등 사업을 내년부터 모두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반기문 평화랜드와 반 총장 생가 앞에 있던 동상도 우상화 논란이 일면서 올 하반기 잇따라 철거됐습니다.
음성군 관계자는 "음성이 세계적 지도자를 배출한 것을 기념해 동상을 세웠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오히려 반 총장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철거했으며, 기념사업은 선관위 문의를 거쳐 문제가 없는 것만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반 총장 생가와 본가인 충주 반선재를 찾는 관람객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가에는 평일 150명 안팎, 주말에는 200∼300여명이 방문하며, 반선재에도 하루 50명가량이 찾습니다.
지난 1일 발생한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화를 계기로 반 총장 관련 시설에 대한 경비도 강화됐습니다. 반선재에는 야간 비상 상황을 대비해 가로등 여러 개가 추가로 설치됐습니다.
'세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온 충북이 최근 정국의 영향 등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반 총장이 귀국 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반딧불이 충북본부가 중앙조직과 상관없이 충주에서 별도의 귀국 환영 행사를 열기로 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보여줍니다.
강동구 충북 반딧불이 회장은 "정치적 해석이 없을 순 없겠지만, 오랫동안 외국에 살다가 귀국하면 고향 사람들한테 인사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며 "반 총장이 귀국 후 조국에 헌신할 길을 찾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반 총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가족 중 상당수가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반 총장 가족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가족 가운데 상당수는 반 총장이 세계 대통령으로 남아 끝까지 좋은 이미지를 이어가길 바라는 입장"이라며 "특히 네거티브 캠페인이 난무하는 선거 과정과 반 총장 이름을 팔고 다니는 인사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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