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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사는 이영찬(45)씨는 요즘에도 가끔 방에 누워 있으면 집과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 밤잠을 설칩니다.
강진이 발생한 지 3개월가량 지나 다소 나아졌으나 가끔 멀리서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끼는 환각 현상도 겪는다고 합니다.
이 씨는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생업에 충실히 하고 있으나 지진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경주시민 가운데는 여전히 지진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9월 12일 저녁 느닷없이 들이닥친 규모 5.8 강진과 일주일 뒤 일어난 4.5 여진은 경주시민 생활을 바꿔 버렸습니다.
천 년을 이어온 신라 고도 위용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고도 시민이라는 자부심도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지진으로 주택 160채가 크게 또는 조금 부서졌고 건물 4천800여 채 지붕과 담 기와가 떨어지고 벽이 갈라졌다. 피해액은 130억원이 넘습니다.
문화재 58건을 비롯한 공공시설 피해도 187건에 이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 발생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0월 초에는 태풍 '차바'가 덮쳤습니다.
지진 복구에 채 나서기도 전에 주택 침수, 농경지 유실 등으로 2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나 복구 의지를 꺾어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진과 태풍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경주에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 시민이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민·관·군 1만여명과 자원봉사자 7천여명이 장비 1천600대를 동원해 복구에 나섰습니다.
육군 50사단과 해병대 1사단도 피해 지역에 연인원 6천여명을 보내 쓰레기를 치우고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세우며 힘을 보탰습니다.
전국 40여개 기관과 단체에서 성금 42억5천만원과 지진으로 피해가 난 한옥 복구에 쓰일 기와 7만7천 장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힘입어 현재 한옥은 90% 이상 복구했습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함에 따라 국비로 주택 전파는 900만원, 반파는 450만원, 작은 피해는 1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피해 주민에게 보험료 30∼50%·통신요금 1만2천500원 할인, 주택용 전기요금 100%·도시가스 요금 1개월분 감면, 복구자금 저리 융자, 지방세 감면, 국세 납세유예 등도 하고 있습니다.
복구 등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감에 따라 한숨을 돌린 경주시는 시장과 간부 공무원이 모두 나서 재난피해 극복에 도움을 준 전국 기관단체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더구나 공무원, 시민 대표 등 40여명은 지난달 말 포항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해 최창룡 사단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지진피해 복구에 큰 도움을 준 장병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피해복구에 힘을 보태준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다른 곳에 재난이 나면 언제든지 달려가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관광도시 경주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급호텔 14곳과 콘도미니엄 8곳, 유스호스텔과 일반 숙박업·펜션 900여곳, 식당 5천여곳이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지만 지진으로 관광객 발길이 끊겨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시에 따르면 지진 이후 한 달간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56만 8천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절반에 그쳤습니다.
주말인 10월 15∼16일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 4개 주요 관광지 입장객도 3만여명으로 작년 비슷한 시기 주말(10월 17∼18일) 5만8천여명의 절반으로 떨어져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과 각급 학교 수학여행단이 발길을 돌리고 호텔과 콘도 투숙률이 30% 선에 그쳐 관련 업계 영업손실액이 19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11월 들어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예년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경주시와 관광업계는 '다시 일어서자'며 관광도시 명성을 되찾는 노력에 나섰습니다.
경상북도관광공사, 경상북도관광협회, 경주 펜션협회, 외식업 경주지부, 관광호텔 협회 등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이 예전처럼 경주를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 교육청, 여행업체에 경주 관광 정상화를 위한 협조문을 보내고 각종 행사를
안전한 경주를 알리기 위해 각종 재난문자 전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지진 불안감 해소를 위해 경주에 지진연구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가 안전하다는 것을 적극 알려 경제와 관광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