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칼자루’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탄핵 심판이 개시되면 과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63·사법연수원 13기)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31일 전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가 대통령 궐위에 따른 국정 마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내부 역량을 쏟아붓고 속도를 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재판의 신속성보다는 공정성이 더 중요하므로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변론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려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헌재 “최대한 신속 심리”
헌재 연구관 출신 이석연 전 법제처장(62·17기)은 “헌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최대한 신속히 결정을 내려 정치적 혼란을 막고 국정 방향을 잡아줄 것”이라며 “2~3개월이면 충분하고, 소장 임기 안에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68·7기)은 “매일 밤을 새워 재판한다면 물리적으로는 1~2달 안에도 할 수 있겠지만, 헌재가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재판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정성인 만큼 대통령의 변론권과 절차도 존중해 필요하다면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 퇴임전 결정은 어렵다 해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부결 때와 같이 63일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내년 2월 10일께까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노 대통령의 탄핵 심리 때에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부터 결정이 내려진 5월 14일까지 총 7차례 구두변론이 열렸다.
만약 소장 임기 안에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재판관 1명 없이 8인의 재판관이 심리를 계속하게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국무총리가 차기 헌재 소장을 임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차기 헌재 소장을 권한대행이 임명한다면 민주적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판관 7인체제면 위태
다만 아무리 늦어도 이정미 재판관(54·16기)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이전에는 대통령을 파면할지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재판관 2명이나 공석이 발생하면 단 한 명만 사정이 생겨 불참해도 심리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탄핵 심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족수는 7명이다. 게다가 이 경우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2명만 반대해도 탄핵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김 전 재판관은 “만약 재판관 2명의 결원이 발생해 7명이 한다면 재판관들이 느끼는 부담은 2배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명이라도 없어지면 심리 자체를 못하니까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50·27기)는 “헌재 소장 임기 내에는 무리일 수도 있지만 심리 속도는 재판관들 의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고, 가급적 빨리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전 결론 내리려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와 비교해 다툼이 있는 쟁점이 많고 대통령이 소추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형사재판 절차를 준용해 증거 조사를 하다보면 다소 길어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을 꽉 채우면 결론은 내년 5월께야 나온다. 비록 강제규정은 아니어도 6개월 시한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많다.
◆9인 재판관 성향은
일각에선 대통령 운명을 가릴 현 9인의 재판관의 보수적 성향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기석(63·11기) 재판관과 조용호(61·10기)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박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안창호 재판관(59·14기)은 여당인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지명됐다.
그러나 현 시국에서 재판관이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명권자 의도대로 탄핵안을 처리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특히 첫 탄핵 때 ‘소수의견’을 비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모든 재판관이 자신의 결정 내용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촛불민심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04년 당시 헌재법 36조는 ‘위헌심판’ ‘권한쟁의’ ‘헌법소원’ 사건에만 재판관 의견 표
탄핵을 이끌어 갈 주심 재판관은 의결서 접수 뒤 곧바로 전자배당 방식으로 결정된다. 단 모든 재판관이 법리 검토하고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므로 주심의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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