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다수가 북한 해킹 조직 손에 넘어간 겁니다. 내막을 살펴보니 더 어이가 없습니다.
군부대 내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 컴퓨터처럼 외부와 연결돼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은 할 수 없는, 그러니까 군부대 내의 컴퓨터끼리만 연결된 컴퓨터가 있습니다. 철저한 보안 속에 군사기밀 문서를 작업하기 위해서죠.
해킹 의혹이 제기된 지난 10월, 군은 이 두 망이 철저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외부망이 해킹돼도 내부 기밀이 유출될 위험은 없다고 '호언장담' 했습니다.
그런데 빈 말이었죠.
서버 하나가 내부망과 외부망 모두에 연결돼 있었던 겁니다. 2년 전 전산망을 설치한 민간 업체가 실수로 연결을 끊지 않았다는 건데 이건 다시 말해, 무려 2년 간 우리 군의 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는 말이 되죠.
이틈을 이용해 북한 해킹 조직은 우리 군 내부망에 들어왔고, 창군이래 처음으로 군 전산망은 완전히 뚫렸습니다.
게다가, 해킹 당한 날은 지난 8월 4일인데 군은 9월 30일에야 이 사실을 알아챘죠.
이렇게 유출된 기밀이 뭔지에 대해 군은 이 또한 기밀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내줬지만, 밝힐 수는 없는 기밀….
컴퓨터 3천 2백 대가 해킹됐고, 심지어 한민구 장관 컴퓨터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두 달 동안 얼마나 많은 기밀이 빠져나갔을 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실 2009년 디도스 공격, 2013년 방송·금융사 전산망 마비, 올 1월 외교안보부처 공무원PC 해킹 사건까지 사이버 테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현대전에서 사실상 우리나라를 지킬 최후 전선이나 다름없는 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내줬습니다.
2년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사이버 보안 기술은 세계 60개국 중 58위, 1년 전 38위에서 20단계나 떨어졌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사이버보안 대사를 임명할 걸 요청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사이버전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했고요.
세계 최강의 보안 시스템을 갖춘 미국도 이런데, 북한 김정은도 사이버전을 이렇게 중요시 여기는데,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너무 대비가 허술한 거 아닐까요?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우연히' 안전하게 사는 걸 바라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