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에서도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 쏠림현상이 심각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속된 말로 ‘찍어도’ 10점(원점수·50점만점)을 얻어 5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아랍어 로또‘란 말까지 돌고 있다.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 응시자는 5만2626명으로 전체의 71.1%나 차지했다. 제2외국어·한문 응시자 가운데 10명 중 7명은 아랍어 시험을 본 셈이다. 이같은 비율은 아랍어 쏠림현상이 심했다는 지난해 응시자 비율(52.8%)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왜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어차피 대부분 준비 못한 상태에서 보는 과목이라 오히려 조금만 공부를 해도 점수 따기 쉽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입시전문가들 분석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국내 3개 안팎에 불과하고, 제2외국어 시험 준비를 못한 응시자들이 몰리다보니 70~80%는 시험준비를 안한 상태에서 응시를 한다”며 “분포표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원점수 15점 이하에 분포돼 있다”고 전했다.
올해 1등급 컷은 아랍어가 31점(원점수 기준)인 반면 다른 과목들은 46~48점대라 차이가 크다. 이번 수능 아랍어에서 2번으로 모든 정답을 체크했다면 50점 만점 중 10점을 얻게 되는데, 표준점수 46점, 백분위, 36, 5등급을 받을 수 있다. 만약 5번으로 모든 정답을 체크했더라면 원점수 13점을 받아 표준점수 50점, 백분위 64, 4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제2외국어에서 원점수 10점을 받으면 한문은 8등급,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는 각각 7등급, 베트남어는 6등급을 받을 수 있다. 제2외국어 과목 중 유일하게 아랍어만 표준점수 최고점인 100점을 받아 다른 과목들(66점~79점)과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
오종운 이사는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선 제2외국에서도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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