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청문회·특검 앞둔 롯데…뒤숭숭한 연말
↑ 사진=MBN |
재계 5위 롯데그룹이 그 어느 해보다 뒤숭숭한 연말을 맞고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배임 재판이 시작된 데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와 특검 조사도 앞두고 있습니다.
최대 현안 과제인 '서울 잠실 면세점(롯데월드점) 부활'은 면세점 로비 의혹으로 더 불투명해졌습니다.
중국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따른 '보복'으로 추정되는 각종 규제까지 롯데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당장 신동빈 롯데 회장은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 청문회에 다른 7개 그룹 총수와 함께 출석해야 합니다.
지난 2일 야 3당이 발표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롯데는 삼성, SK와 함께 대통령 뇌물죄 혐의가 적시된 상태라 6일 청문회에서도 국정조사 특별위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탄핵소추안에서 야당은 롯데와 SK그룹에 대해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해 사업권을 상실했으나 2016년 3월 기재부가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특허 신청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롯데만 따로 지목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때 70억 원을 받았다가 (롯데) 압수수색 하루 전 이를 반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청문회를 앞둔 5일 다른 일정을 최대한 줄이고 서울 소공동 롯데타워 26층 집무실에서 법무·대외협력 관련 임직원들과 함께 이런 내용을 포함한 예상 질의와 답변을 '독회' 방식으로 준비할 예정입니다.
신 회장과 롯데는 '특혜성 서울 면세점 추가 입찰' 의혹에 대해 "올해 3월 초 이미 정부 주도의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 계획이 발표됐고, 비슷한 시기 언론에서도 시내 면세점 추가 가능성 등이 보도된 만큼 시점상 4월 서울 면세점 추가 발표와 3월 14일 신동빈 회장과 대통령의 독대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스포츠재단 70억 원 추가 출연에 대해서도 "대가성이 있었다면 3월 이후 2개월간이 협상으로 시간을 끌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할 계획입니다.
롯데는 국정조사 이후 이어질 특검 수사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박영수 특검이 지난 2일 직접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 즉 근저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롯데 등 재벌 그룹에 대한 제삼자 뇌물공여죄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입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와 특검뿐 아니라 신동빈 회장과 롯데는 김앤장 등 법률자문회사와 함께 오는 22일로 잡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도 준비해야 합니다.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와 임직원 20여 명은 6월 이후 4개월 넘게 이어진 검찰 수사 결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앞으로 최소 1년여 동안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신 회장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등에게 500억 원대 '공짜급여'를 지급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 원의 영업이익을 몰아주거나 적자 상태였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71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롯데에 대한 중국의 시각과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상하이(上海)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모든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롯데가 지난달 16일 국방부와의 협상 타결을 통해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데 대한 중국의 '보복'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롯데는 성주 골프장이 사드 부지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습니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8%에 이릅니다.
지난해 전체 비중(63.3%)과 비교해 7%포인트(P) 이상 높아진 것으로, 갈수록 중국인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사드 불똥'이 중국 내 '반(反) 롯데' 정서로 흐를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중국 경기 하락 등을 반영해 영업권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3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볼 정도로 중국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규제가 더해질 경우 재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패해 영업권을 빼앗긴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의 부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지난 9월 말까지 면세점 운영사 롯데호텔의 등기이사로 재직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7월 7일 구속된 데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롯데의 '면세점 추가 입찰' 로비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라 심사위원들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관세청은 여전히 "면세점 입찰을 12월 중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탄핵소추안·국정조사·특검 등에서 모두 면세점 추가 입찰 로비 의혹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는 와중에 과연 관세청이 입찰 자체를 강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자 롯데는 정상적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는 이미 당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정기 임원 인사를 "경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내년 초로 연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일단 국정조사나 검찰, 특검 수사에 최대한 성실히 협조하며 의혹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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