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 '구산성당' 보존 작업 시작…국내 첫 시도

↑ 사진=연합뉴스

근대 건축물인 경기 하남 구산성당을 원형 그대로 이동해 보존하는 작업이 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기존 위치에서 약 200ｍ 떨어진 구산성지 옆 새 부지까지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면적 199㎡(36평)의 성당 건물 이동을 위해 지난 3개월여 구조물을 보강하고 건물 바닥을 지반에서 분리했으며 이동로의 지반을 평탄하게 골랐습니다.

이날 첫 작업은 건물에 6개의 와이어를 묶고 당겨 건물 바닥과 지반 사이에 가로로 깔린 파이프 레일 조각들이 바퀴 역할을 해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작업은 하루 15ｍ 정도씩 10여일 간 이뤄집니다.

60년이나 된 시멘트 벽돌 조적(組積) 건축물을 원형 그대도 옮겨 보존하는 것은 국내 첫 시도입니다.

구산성당 원형보존실행위원회는 이를 위해 문화재 보수전문업체(티엠새한)를 선정해 국내외 기술진의 검토를 거쳤습니다.

구산성당은 1836년 공소(公所)로 시작해 1979년 본당으로 승격했습니다. 종교 박해를 견디며 공소 설립 120년 만인 1956년에야 공소 건물을 세웠습니다.

올해로 공소 설립 180년, 공소 건축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미사지구(미사강변도시) 택지개발에 따라 성당을 옮기기로 하고 애초 옛 성당 건축물을 지난 9월 철거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교구 내부 중재와 합의로 우여곡절 끝에 원형이동 보존 결정이 났습니다.

실행위는 "마을공동체가 곧 종교공동체였던 조선 후기에서 대한제국을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천주교의 역사를 구산성당 옛 건축물이 간직하고 있다"며 원형보존을 추진했습니다.

구산성당은 우리나라 최초 서양인 신부인 피에르 모방(프랑스) 신부가 은신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합니다.

마을 주민이자 신자들이 전후 복구 분위기 속에 한강에서 직접 자갈돌을 옮겨 지은 건물입니다.

이후 새마을 운동, 1980년대 개발 붐 속에서도 고즈넉한 원형을 지켜 드라마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총신자회장을 지낸 김영기 원형보존실행위원장은 "한국천주교 신상의 토대이자 교회사적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높고 역사성도 갖추고 있다"며 "원형 이축 이후에는 근대건축물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문역을 해온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는 "근대건축물은 역사적 평가가 아직 완료되지 않고 가치가 형성 중이어서 이를 향유할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며 "구산성당은 온전한 모습으로 근대건축물을 보존하는 국내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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