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가 지연되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촛불민심이 정치권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1차 타깃은 탄핵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이지만, 탄핵안을 두고 우왕좌왕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 규모 촛불집회에서는 이런 민심의 경고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야권 지도자급 정치인들은 일각에서는 환영을 받으며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일부 시민들로부터는 "왜 나왔느냐", "야당이 뭐하나" 등의 항의를 받는 등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정치인들과 야권에 대한 불신은 행사 진행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광주 촛불집회에 참여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애초 무대에 올라가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탄핵 표결 연기에 실망한 주최 측이 정치인의 자유발언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무대에 서지 못했습니다.
대신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발언을 듣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사회자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2일 표결'에 찬성하지 않았던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한층 강도 높은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대구를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는 무대 행사를 지켜보던 중 일부 시민들로부터 "안철수 빠져라" 등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 전 대표 주위에 취재진이 몰려들어 시야를 가렸다는 점도 항의의 이유가 됐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지자 사회자는 안 전 대표를 향해 "광장의 주인은 안철수 의원이 아니라 대구 시민이다"라며 "국민의당은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를 탄핵하라"라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거센 항의에 시달렸습니다.
청계광장에서 국민의당 탄핵 서명운동에 나선 박 비대위원장에게 일부 시민들은 "똑바로 하라" "어떻게 여기에 나올 수 있나"라고 비난했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항의전화나 문자도 끊임없이 쇄도했고, 결국 박 비대위원장은 전화번호를 변경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집회에서 1천여명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중 여섯 분은 '왜 탄핵을 반대했나', 'DJ처럼 하라'라고 항의를 했다"고 남겼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느 당보다 먼저 퇴진 당론을 정했다. 2일 부결이 아닌 9일 표결을 주장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박지원이 탄핵을 반대한다', '비박과 연대한다' 등 (항의가 계속되는 것을 보니) SNS테러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남겼습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SNS 등으로 국민의당을 조직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습니다.
야권내에서도 이같은 촛불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대선에 대한 계산으로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면 대통령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며 "그건 여도 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도 전날 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문제로 국민의당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새누리당의 표는 필요하지만, 정체성을 무시하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연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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