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권력이 충돌했습니다. 자신들의 현재 권력을 지키려는 권문세족, 자신의 안위를 위해 권문세족과 결탁한 왕, 새 나라를 만들자며 무장한 신진사대부.
그리고 이들 정치 9단들의 두뇌싸움은 반격과 반격을 거듭하다 결국 국가를 패망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60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권 말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1·4·6'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둘러싼 숫자들입니다. 정치권은 대통령이 몇 월에 퇴진하는 게 자신들한테 유리한지 치열한 두뇌싸움을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살펴 볼까요?
당초 탄핵을 주장하던 비박은 친박과 손잡고 '4월 퇴진-6월 대선'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과연 국민을 위한 결정일까요?
실은 차기 유력한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좀 더 시간을 벌어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내가 담겨있습니다.
또 '섀도우 캐비넷(Shadow Cabinet)', 그러니까 차기 정권을 야당이 잡았을 때를 대비해 미리 당 운영의 주체를 구성해 놓겠다는 전략도 숨어있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퇴진은 1월말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내일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붙이겠다는 방침을 정했지요.
이 결정 또한 국민을 위한 것일까요?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상황이니, 대선은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민주당과 함께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던 국민의당은 내일 표결을 거부하겠다고 하죠. 새누리당 비박계를 설득해 좀 더 확실하게 한 뒤에 탄핵안을 발의하자는 건데, 정국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더 큰 건 대선 주자인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이니 좀 더 시간을 끌어 보려는 거죠.
자, 이렇게 정치권은 지금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유지할지,
어떻게 하면 당에 더 유리할지, 어떻게 하면 차기 정권을 잡게 될지 말이죠.
안타깝게도 이들의 머릿속엔 '국민'은 없어 보입니다.
고려가 멸망한 뒤 세워진 새 나라 조선은 '민본주의'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았습니다.
'정치는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국가의 법제나 시설도 백성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두뇌싸움보다 중요한 건 이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민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