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정국 속 음식점·옷가게·호텔 등 전국 '대통령 하야' 현수막 걸려
↑ 박근혜 탄핵 / 사진=연합뉴스 |
"촛불집회에 참가한 100만명을 제외한 4천900만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영업 때문에 집회에는 못 가지만 이렇게라도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전국 도심 상가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많아졌습니다.
일부 호텔과 음식점에는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퇴진하는 날 객실 공짜, 음식 또는 술 무료 제공 이벤트를 벌인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술을 원가로 제공하겠다는 음식점도 있었습니다.
광주 서구 쌍촌동의 참치전문점 '참치공방'에는 지난주부터 '박ㄹ(근)혜 구속되는 날 음식, 주류 공짜'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업주 A(36)씨는 1일 "정치인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을 대표할 결정권을 줬더니 특정인의 뒤치다꺼리나 하며 세월호 참사 등 중요 사안에는 제역할도 못하고 국민의 알 권리마저 무시한 대통령의 행태에 분노해 의사 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도 그렇다. 국민이 이렇게 분노하면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임기 문제를 국회에 맡긴다'며 떠넘긴 것은 대통령으로서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광주 동구 금남로의 상점들도 '촛불 시민'을 응원하는 이벤트와 시국규탄 현수막 게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금남로는 해마다 5·18 주간은 물론, 광우병 파동이나 국정농단 사태 등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면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커피예담 광주 금남로점은 지난 26일부터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마다 따뜻한 차를 1천원씩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업주 B(49·여)씨는 "1980년 광주의 5월을 경험한 세대로서 매출이나 영업 불편을 겪더라도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 집회에 찬성한다"며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금남로 인근의 의류 매장 페이퍼 드레스에는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노란 벽보가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는 큰 것을 바라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글은 '열심히만 하면 인정받고 노력하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글은 '조금만 버티면 우리가 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있는 한 오늘은 입에서 입으로 글에서 글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끝맺으며 국민의 분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의 한 비즈니스호텔은 '대통령 하야 당일 객실 공짜'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109 호텔은 '박근혜 하야 빅 이벤트 하야 당일 전 객실 무료'라는 현수막 2개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2주째 내걸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 달동의 조개구이 식당인 울산조개어판장 앞에도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제목의 검은 현수막이 한 달째 걸려 있습니다.
업주 C(45)씨는 "조선업 불황과 지진, 태풍으로 안 그래도 한숨만 나오던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보니 손님들도 나도 열불이 나더라"며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술을 원가로 제공하며 답답한 시민들을 위로하고 내 방식대로 시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음식점 정문에도 지난달 중순부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신분은 다르지만, 공정하게 살고 싶다'는 주인의 희망도 함께 적혀 있어 많은 시민의 공감을 샀습니다.
이 가게의 주인은 지난 주말 촛불집회를 앞둔 25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손님들에게 소주를 무제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대전 중구 유천동의 고깃집 삼세판대패구이 앞에도 '대통령 퇴진하면 종일 공짜!',
충남대 2학년 이모(20·여)씨는 "단순한 마케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집회 참여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데도 무료로 음식을 주겠다고 할 정도로 주인분이 정부에 실망했다는 뜻 아니겠냐. 씁쓸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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