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로 해선 안 된다.’ vs ’평화집회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오는 2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릴 ’5차 촛불집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부터 주말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권이 민심에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 이상 평화 시위는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19일 4차 촛불집회 이후부터는 노동·시민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평화‘ 시위가 아닌 ‘불복종’ 시위가 필요하다는 ‘과격론’이 슬슬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말로 해서는 더 이상 안된다. 이번 26일 집회는 앞서 집회와는 다른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집회 참여 의사를 밝힌 한 단체는 “지금의 촛불시위는 박근혜 하야가 목표인지 칭찬받는 예쁜 시위가 목표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며 “기득권이 심어놓은 평화시위 강박관념을 깨고 ‘불복종‘ 시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전까지의 3.1운동과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은 폭력 때문에 불량하고 미성숙하며 저열한 시위였느냐”며 “비폭력에 스스로 갇힐 필요가 없다. 필요할 경우에는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집회 참여를 준비하는 일부 참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평화시위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시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폭력’ 구호를 외칠 때 확성기를 이용해 ‘불복종’을 더 크게 외쳐 강경 시위로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선 도심 집회때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마찰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민들이 일제히 ’비폭력‘ 구호를 외쳐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농민단체인 ’전봉준투쟁단‘은 농사일을 접고 지난 25일 서울에 상경해 집결해 2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진행하고, 26일 5차 촛불집회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들 농민들은 농기계와 농사용 기구 등을 갖추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만일 경찰과 충돌할 경우 부상 위험도 제기된다.
경찰 역시 “오는 5차 촛불 시위는 노동·시민 단체들의 집회 수위가 어느 정도로 높아질 지 예측불가능하다”며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집회가 앞서 평화시위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안전관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앞서 지난 21일 “오는 26일 집회에서는 평화집회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울시 등과 협의해 집회 당일 안전관리를 강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평화적인 집회 분위기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시위대 내부를 폭력과 비폭력 세력으로 분열시켜 시민의 목소리가 왜곡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의식적으로 폭력을 억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5차 촛불집회 추최측인 민주노총은 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26일 서울 시청 앞·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집회를 진행하겠다
주최측은 이날 집회에 서울 150만명과 지방 50만명 등 전국에서 200만개의 촛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했다. 집회가 끝난 오후 8시부터는 총 9개 코스로 나눠 청와대 인근을 동서남북으로 에워싸는 ‘학익진’ 대형을 펼칠 계획이다.
[연규욱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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