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위장결혼 등의 수법으로 청약가점을 높여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불법으로 분양받아 수백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택법(주택의 전매행위 제한 및 공급질서 교란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총 234명을 검거해 이중 청약통장 알선업자 고모(48) 씨 등 두 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해 1인당 200만~1000만원을 주고 이들의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 등 청약 신청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사들였다. 이후 이들을 아파트 분양지역으로 위장전입시켰다. 다른 청약통장 명의자와 ‘위장결혼’을 시키는 방법으로 부양가족 점수 등을 조작해 아파트 당첨 확률을 높였다. 이중에는 5명의 남자와 위장 결혼한 여성 명의자도 있었다.
고 씨 등이 사들인 청약통장은 ‘떴다방’ 등을 운영하는 분양권 업자 장모씨(53) 등에게 팔렸다. 장씨 등은 청약통장을 이용해 서울 강남권 고급 아파트의 분양권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확보한 분양권을 전매제한 기간 전에 1채당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피의자들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이들이 작업해 불법 전매된 강남 지역의 H아파트와 P아파트(2014년 7~10월까지 분양)는 각각 1억5000만원과 2억5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들 아파트의 분양가는 8억∼12억원이었으나, 이후 시세는 10억∼15억원까지 뛰었다. 피의자들은 분양권이 전매제한 기간 이후 정상적으로 거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거짓된 은행 거래내
분양권 매수인 중에는 의사(20명), 변호사(2명), 대학교수(5명)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매수인 역시 불법전매에 가담했으나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어 이러한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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