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독일 현지에서 지원하기 위해 파견됐던 훈련 책임 감독이 10대 여자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아무 조치없이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실업팀 감독출신 A씨는 10대 승마선수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013년 2월 고소당했다.
경찰은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또한 기각돼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B씨는 “누군가 수사기관에 압력을 넣었는지 검찰이 피해자인 나를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승마협회 간부들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수없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지도자가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면 성폭행이 아니라도 자격정지 등 자체 징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승마협회 상벌위원회가 두 차례나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결국 징계는 없었다.
당시 상벌위원장이었던 김 모씨는 “처음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두번째엔 수사가 끝났다는 이유로 협회에서 징계 보류 지시가 내려왔다”며 “상벌위원회는 위계에 의한 성폭행으로 판단했지만 윗선에서 처벌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마협회 내부에선 당시 실권을 좌지우지했던 박모 전 전무가 친분이 있는 A씨의 처벌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 전 전무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정씨를 둘러싼 협회의 각종 특혜 의혹에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4년 6월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 정씨가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도록 편파 판정에 관여하고 이를 항의하는 다른 학생 부모에게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입막음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전무가 실세인 최씨를 이용해 A씨를 구제한 뒤 정씨의 독일 현지 훈련 감독으로 기용되도록 도왔다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A씨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된 2013년 9월경 도피성 파견으로 독일에 나간 뒤 1년 반가량 머물러 정씨를 지도했다.
A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
그는 또 “B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까지 검찰에 제공했다”며 “오죽하면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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