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100만 군중이 외친 헌법 제1조의 내용입니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집회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어느 때보다 확실했고,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가서 그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집회를 조건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시위 행렬의 청와대 인근 행진을 허용했기 때문이죠.
한사코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던 경찰은 집회 당일 전국에서 무려 2만 5천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100만 군중이 몰려들었는데도 이를 통제하고 정리해야 할 경찰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들 어디 있었냐고요? 혹시라도 집회 참가자들이 올까봐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는데 모두 동원이 됐거든요.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날 경찰은 국민이 아닌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던거죠. 민중의 지팡이가 대통령의 지팡이가 됐다고 할만 하죠.
잠시 미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시절, 콕스 특별검사가 대통령 집무실 녹음테이프까지 수사하겠다고 하자 닉슨 대통령은 리처드슨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과 차관은 부당한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잇달아 사임했고, 이건 지금까지도 '토요일 밤의 학살'로 불리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미국 대선 때 미국 제임스 코미 FBI국장은 갑자기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발표하면서 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였지요.
최순실 늑장 수사로 '뒷방 천하장사'란 별명을 얻은 검찰이 이번주에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합니다.
검찰은 앞서 민중이 아닌 '대통령의 지팡이'로 불린 경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랍니다.
리처드슨이 될 것이냐, 아니면 코미가 될 것이냐…. 온 국민이 검찰을 지켜보고 있거든요. 이제라도 법과 원칙에 따른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00만 군중의 촛불은 언제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공권력을 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