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47)이 최순실 씨(60·구속)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을 유출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체포됐다. 4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해 이날 오전부터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본은 검찰 소환 조사 중 긴급체포된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과 달리 정 전 비서관은 체포영장을 먼저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번 주말께 청구할 방침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관련 청와대 문건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본은 청와대 부속실을 통해 최씨에게 각종 문건이 전달된 경위와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을 정계 입문 때부터 20년 가까이 보좌해온 만큼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본은 청와대 문건이 저장된 태블릿PC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해 ‘최씨가 사용한게 맞다‘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중 일부 문건의 작성자 아이디가 정 전 비서관의 아이디인 ‘narelo’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본은 또 태블릿PC 명의자로 등록된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선임행정관(39)에게서 “2012년께 태블릿PC를 고 이춘상 보좌관에게 넘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보좌관은 정 전 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지만 2012년 대선유세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이 거의 매일 밤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특본은 안 전 수석에 대해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게서 총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권한을 남용해 롯데그룹에 K스포츠재단 투자금 70억원을 별도로 요구한 혐의도 적용됐다.
최씨는 전날 직권남용 및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이날도 서울구치소에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검찰 출석 전에는 구치소에서 의사 진료를 받았다.
한편 대검찰청(총장 김수남)은 이날 특본 소속 검사를 기존 22명에서 32명으로 증원했다고 밝혔다. 전국
다른 파견 검사 6명은 서울중앙지검 업무 공백을 메꾼다. 검찰의 특본 확대 개편은 광범위하게 드러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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