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체포되는 대신 하루 푹 쉰 최 씨가 오늘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자, 핵심인물이 들어왔으니 이제 제대로 수사만 하면 되는데…. 검찰에 영 믿음이 가질 않죠, 이유가 뭘까요?
지난 24일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의혹이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이고, 대통령의 사과에 이어 탄핵 여론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검찰은 이상하리만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을 앞두고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최 씨의 측근인 고영태,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 등 핵심 인물들이 자진 출석을 하고, 황태자라 불리는 차은택 씨도 이번 주에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요.
공교롭게도 모두들 검찰의 연락을 받은 건 아니라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겁니다.
그동안 검찰은 이틀 연속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청와대가 건네주는 상자 7개만 달랑 들고 돌아왔지요.
일부에선 '거대 시나리오가 있다'는 말까지 합니다.
최순실 씨의 인터뷰가 나간 후 관련자들이 속속 검찰에 자진 출석을 하고, 침묵하던 청와대는 인사 조치를, 여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그리고 최 씨가 귀국을 하지요. 불과 나흘동안 이 많은 일들이 진행됐으니 잘 짜여진 각본이란 말이 돌 만도 합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 속 숨겨진 공로자는 이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검찰'이라는 얘기….
우리 검찰에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비위 정치인과 악덕 기업가. 이른바 거악(巨惡)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곳, 바로 도쿄지검 특수부입니다.
이 곳 역시 오랜시간 일본 국민들에게 '권력의 시녀'로 불렸었죠. 하지만 1976년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록히드 사의 뇌물사건으로 당시 집권당내 최고 실세였던 다나카 전 총리를 구속하면서 국민의 검찰, 일본 검찰의 꽃으로 바뀌어 불리게 됐습니다.
'법대로 수사하고, 비리가 있으면 지위고하 불문 법정에 세우는 걸 원칙으로 한다'
이 원칙을 수행할 수 있었던 건 도쿄지검 특수부가 의지하는 최고의 권력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그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았듯이 검찰이 갖는 공소권 역시 국민으로부터 받은 겁니다. 지금 검찰이 눈치를 봐야 할 곳은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가 아닌 '국민'이라는 거죠.
오늘 최순실 씨에 이어 내일은 오랜 시간 논란이 된 인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지요. 온갖 의혹에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검찰 수사를 무력화했던 그를 이번엔 제대로 수사하는지 또 한번 관심이 집중될 겁니다.
오늘 포토라인에 선 것은 최순실 씨가 아니라 바로 검찰 자신입니다. 한 일간지 사설에 나온 말입니다.
'검찰이 대통령을 실망시켜야 나라가 산다'
두고 보겠습니다. 대통령을 실망시킬지, 국민을 실망시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