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또 다른 단층이 영향을 받아 추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한반도에 위치해 있는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와 김우한 경상대 지질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25일 저녁 7시 57분에 발생한 규모 2.4의 지진이 경주지진을 유발한 단층의 연장방향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2016년 추계지질과학연합학술대회 ‘지진특별심포지엄 및 특별세선’에서 발표됐다.
연구진은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인접 지역에 쌓여있는 지각의 ‘응력(힘)’을 계산했다. 그 결과 지진이 발생한 지점을 중심으로 응력이 쌓인 지역과 응력이 약해진 지역이 마치 팔각형 형태로 반복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각의 응력이 떨어진 지역은 그만큼 지각에 쌓여있던 힘이 풀렸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문제는 응력이 쌓인 지역이다. 홍태경 교수는 “응력이 쌓이게 되면 지진학적으로 2.5bar(약 2.4기압)의 힘이 가해져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다면 새로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12일 이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작은 ‘여진’에 불과했지만, 다른 활성단층이 움직인다면 새로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우려했던 일은 25일 저녁 발생했다. 25일 저녁 7시 57분 경주시로부터 남동쪽 21km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4의 지진은 경주지진으로 응력이 증가한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태경 교수는 “보다 더 큰 지진이 올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지각에 쌓인 응력이 어느정도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며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단층대의 면적은 불과 26㎢에 불과한 만큼 이 단층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다른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주 지진은 2011년 3월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발생했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한반도는 이 지역으로부터 15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동쪽으로 5cm, 서쪽으로 2cm 가량 끌려가면서 약 3cm 정도 지각이 늘어났다. 이로인해 한반도 지각이 약화됐다. 이는 지진파 속도 변화로 알 수 있다.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전후로 동일한 지역에서 같은 규모로 발생한 지진의 지진파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관측됐다”며 “지진파는 땅이 약해질수록 느려지는 만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한반도 지각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진파의 속도가 동일본 대지진 이전으로 회복된 곳도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지진파가 느려지는 현상이 관측, 아직도 한반도의 지각은 지진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규모와
[평창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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