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모두 끝난 뒤 한국의 한 과학자가 한 말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또 한 사람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에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이로써 지금까지 일본이 배출한 25명의 노벨상 수상자 중 22명이 과학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은 단 한명도 없죠.
이유가 뭘까요?
일본의 기초과학 지원정책은 무려 150년 전인 1868년에 시작됐습니다. 1992년 이후엔 GDP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2% 밑으로 떨어진 적도 없죠.
거기다 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에도 1995년부터는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지원 예산을 더 늘려가고 있습니다. 나라 경제와 상관없이 기초과학 지원만은 계속한거죠.
우린 지난 1977년에야 한국연구재단을 설립해 80년 이후에야 기초과학 투자를 시작했지요. 일본은 백 년이 넘었지만 한국은 겨우 30년이 넘었으니 뿌리가 다르다고 할만 하죠.
늦게 시작하더라도 제대로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부의 연간 연구개발 예산 19조 원 중에 기초과학 지원비는 고작 6%입니다. 그나마 지원되는 연구비도 정부 지정 과제가 대부분이고, 열에 여덟은 5천만 원 밑이지요.
오죽하면 의대에서 기초의학을 지망하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할까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은 전체 연구비의 46%를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연구 주제도 연구자가 자유롭게 정합니다.
때문에 오늘날 미국 GDP의 50%는 50년 전부터 이어진 기초과학 투자가 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국이 과학연구를 지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나라가 발전하거든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의 성장 전략은 '단기간 급성장'이었습니다. 빠른 성장을 위해선 성장이 더딘 기초과학보단 응용과학이 더 필요했거든요.
덕분에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 몇몇 제조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가지게 됐지만, 더 멀리 보기 위해선 모든 산업의 기본인 기초과학을 터부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같은 기초과학 홀대에, 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만 기대하는 우리 현실에선 노벨상은 커녕 미래도 깜깜할 지경이죠.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미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어떤 과학 연구가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백 년이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언제까지 우리는 노벨상 발표가 있을 때마다 '일본은 이렇다, 저렇다'하며 부러워할 건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노벨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래를 위해, 우리 후손을 위해, 기초과학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