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헌법 불합치…전문가 "정신질환자 치료 기회 제한돼" 우려
↑ 정신병원 강제입원 헌법 불합치/사진=MBN |
지난 29일 헌법재판소가 정신질환자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헌법과 불합치한다는 판단을 내린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의 치료 기회를 오히려 제한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특성상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고, 본인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데 강제입원은 이런 환자들이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실제 2013년 국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6만9천511명 가운데 가족이나 시·군·구청장 등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강제입원 비율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이헌정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으면 불안, 환각, 우울 등이 폭력 또는 자살로 이어지기 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문제는 치료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환자들은 증상악화가 불을 보듯 뻔해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의 의사결정이 진정으로 환자에게 긍정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자해나 타해를 하기 전에 치료해야 하는데 병이 심해지기 전에는 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의사결정권도 중요하지만, 과연 자신에게 유리한 게 무엇인지 모르는 환자의 판단도 존중하고 내버려둬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실제 처음에 치료를 거부했던 환자들도 회복되고 나면 당시에 치료를 거부했던 행동을 후회하기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가족 등 보호의무자와 의사의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이 헌법에 어긋나면 치료를 거부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는 문제점도 제기됐습니다.
박종익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국가나 지역사회가 정신질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면 가족과 의사가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없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이사는 "법원이나 경찰이 나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해를 하려는 환자의 치료를 결정해 준다면 인권침해나 제도 악용의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렇게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을 활성화하는 대책도 없이 가족과 의사마저 환자를 책임질 수 없게 만든다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헌재가 헌법에 어긋나지만 법적 공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현행법 효력을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미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까다롭게 하는 법률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의료현장에서 특별한 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정신병원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헌재 결정문이 약 2주 정도 뒤에 나오면 이를 토대
이 관계자는 "당장 기존 법률의 효력이 중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 공백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헌재 판단의 요지와 개정안의 내용과 비슷한 만큼 개정된 법률을 시행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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