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교대역 인근의 한 빌딩. 늦은 저녁 작은 강의실이 50여명의 사람들로 꽉 찬 가운데 한 중년 남성이 입을 열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불쌍한 사람도 물 불 안가리고 신고하고, 사촌형·아버지도 돈만 준다면 신고하는 게 진짜 파파라치에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28일 본격 시행되면서 이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적발해 신고하려는 일명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를 육성하는 전문학원의 실상이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공직자·교사·언론인 등이 약 400만명에 달해 우리나라 파파라치들은 ‘물만난 고기’가 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문모씨는 “여러분들이 열심히 일해 돈벌면 투명한 사회 만들어 애국하고 가족도 잘살고 좋은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따로 있었다. 그는 통장 하나를 손에 쥐고 “최oo라는 42세 노총각이 7년간 이 일을 해서 부산 해운대 아파트 3채를 샀다”고 말했다. 결국 ‘돈’이라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파파라치 양성학원만 줄잡아 20~30여곳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은 수년전 문을 연 이후 500명의 파파라치를 양성했다고 자랑했다. 더 예전에 설립된 한 유명 포상금 파파라치 학원은 설립 후 6년 동안 1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다. 파파라치 공화국으로 변해가는 씁슬한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후 29일까지 이틀간 모두 31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서면 2건, 112전화 29건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교수가 학생에게서 커피를 받았다”며 증거없이 전화로만 신고를 하는 등 수사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정식 신고요건을 갖춰 수사대상 1호가 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은 신고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신 구청장이 법시행 당일인 지난 28일 지역내 경로
[서태욱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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