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백남기씨에게 배상하고, 물대포를 쏜 경찰의 고의 중과실을 인정하라”
지난달 25일 숨진 백남기씨(69)와 그 유족들이 국가와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30일 열렸다. 지난해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317일간 투병하다 사망한 백씨 측은 국가의 배상 책임과 경찰의 ‘고의’를 강하게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김한성) 심리로 진행된 첫 변론기일에서 백씨 측 소송 대리인은 “시위자에게 살수할 때 가슴 부위 아래로 해야 하는데 얼굴을 겨냥한 것은 지침을 위반한 고의 중과실에 해당한다”며 “현장 지위자는 살수 행위로 인해 사람의 신체와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시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건 핵심인 ‘살수차’에 대한 현장검증을 신청했다. 백씨 측은 “(백 씨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살수 9호차를 직접 살펴보고 살수 세기나 조작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며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거리에 따라 물이 분사되는 세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백씨 측은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의무기록 감정을 요청하면서도, “사인은 명확하다”며 부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찰은 백남기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 재판에서 사망원인이 경찰의 물대포 때문이라는 점이 드러날 경우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지난 28일 발부한 부검 영장이 이례적으로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라”는 단서를 달면서 경찰은 유족과 접촉을 시도 중이다. 법원이 영장에 기재한 유효기간인 오는 25일까지 경찰이 유족과 원활한 협의를 하지 못하면 부검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영장에 따르면 경찰은 유족이 원하면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집행해야 하고,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 등의 참관을 허용해야 한다. 또 부검절차 영상을 촬영하고 부검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대해 유족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건을 맡은 서울 종로경찰서는 29일 오후 4시 49분께 등기우편을 보내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공문을 보내 부검과 관련해, 유족과의 협의 진행을 요청했다. 공문은 협의를 위해 대표를 선정하고 일시와 장소를 오는 4일까지 경찰에 통보해달라는 내용이다.
유족 측이 부검
[서태욱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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