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메뉴를 만들어서 메뉴판 인쇄 주문까지 다 해 놨어요.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 전까지 메뉴판을 다 교체할 생각입니다.”(여의도 D음식점 사장 박모씨)
26일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여의도의 고급 음식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새로 만드는 한편 새 메뉴판을 인쇄하고 이를 홍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식당인 D음식점은 김영란법에서 허용하는 식사 가액 기준인 3만원에 맞추기 위해 신 메뉴를 개발했다. 식당 관계자는 “원래 3만4000원이었던 굴비정식에서 전복구이를 빼는 방식으로 2만9800원에 가격을 맞췄다”며 “단가를 내리는 대신 점심·저녁으로 이 메뉴를 판매해 박리다매 전략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메뉴 홍보를 위해 2인 이상 손님들에게는 소주나 맥주를 한병 제공하는 방식의 이벤트를 12월까지 하려고 한다”며 “주변에도 홍보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의 경우 대부분 술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메뉴에 술까지 추가로 시킬 경우 1인당 식대가 3만원을 넘어가므로 주류를 아예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식당인 N음식점 역시 ‘한 상차림’이라는 2만 9000원짜리 새 메뉴를 만들었다. 기존 1인당 3만8000원이었던 굴비정식에서 요리 가짓수를 4가지에서 3가지로 줄여 원가를 낮춘 것이다. 정식에 들어가는 요리는 그날 그날 재료에 맞게 만들기로 했다.
한 일식당은 점심에만 판매하던 메뉴를 저녁에도 제공하는 방법으로 단가를 맞추기로 했다. 이 식당 대표는 “점심 특선으로 내놓던 3만원 짜리 특정식, 2만5000원 짜리 정식을 저녁에도 제공하려 한다”며 “추가로 참치회를 리필해주는 방식으로 김영란법으로 인한 매출 감소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식당에서는 ‘유령 메뉴’까지 등장했다.
여의도 내 한 일식집의 경우 메뉴판에는 존재하지 않는 ‘김영란 점심’을 준비해놨다. 일종의 ‘오늘의 메뉴’인데 가격은 3만원으로 맞추되 음식은 그때그때 다르게 테이블에 내놓는 방식이다. 이 식당은 정식 메뉴판에는 점심에도 3만원 이하가 두가지 메뉴 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손님이 원하면 3만원에 맞춰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식당의 종업원은 “보좌관들의 문의가 많아 ‘김영란 점심세트’를 만들기로 했다”며 “아무 걱정 말고 들러달라”고 귀띔했다.
이날 둘러본 대부분의 여의도 식당들은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었다. 28일 시행 후에는 3만원 이하 메뉴가 주로 팔릴 것으로 보이는데다 오해받을 것을 우려해 아예 만남 자체를 갖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여의도에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5·10만원인 상한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한식당의 직원은 “일단 새 메뉴를
[우제윤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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