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백남기씨 부검 영장 검찰과 협의해 재청구 검토”

경찰이 지난 25일 숨을 거둔 농민 백남기씨(69)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 영장을 검찰을 통해 청구했으나 법원이 26일 새벽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를 통해 영장 재창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찰이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지만,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점은 무척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다만 사망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 일반 변사사건처리 절차에 따라 부검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과 협의해 부검 영장 재청구 여부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경찰이 백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신청하려는 이유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이 큰 사안인데다 추후 (사망 원인에 대한) 법적 다툼이 있을 수 있어 더욱 명확한 절차를 통해 의학적 판단을 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씨가 애초 병원에 이송될 때는 ‘지주막하 출혈(두피 밑 출혈)’로 기록돼있으나 주치의가 밝힌 사인은 급성심부전로 인한 심정지사로 기록돼 있다”며 “전문의 부검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백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잘못됐다는 것이 명확해지면 사과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계획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농민 백씨는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이후 중태에 빠졌다. 최근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다가 지난 25일 숨졌다.
경찰은 백씨가 농민이 숨을 거둔 직후 검찰을 통해 부검영장 청구를 신청했지만,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에 “필요성과 정당성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