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속도로·국도 규모 6.0 내진설계…"표층 가까운 곳서 지진나면 피해 불가피"
↑ 사진=연합뉴스 |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 이후 10여 일째 지속한 400여 차례의 여진으로 전국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인체의 혈관과도 같은 도로 교량은 지진으로 파괴되면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하고 물류 이동 등 막대한 차질이 빚어집니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 교량의 내진율은 96%와 86%에 이릅니다.
고속도로 교량은 규모 6.0의 지진에 견디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경북 경주 지진처럼 규모 5.8 이상 임계치를 넘는 지진이 온다면 그 피해 정도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 서해대교 규모 6.3·이순신대교 6.0 지진 견뎌
22일 한국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교량 8천767개 중 내진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교량은 4.1%인 360개에 이릅니다.
고속도로 교량은 규모 6.0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 돼 있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사장교인 '서해대교(총 길이 7천310m)'는 규모 6.3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사장교는 주탑과 주형을 케이블로 경사지게 연결한 교량 형태로, 일반 현수교보다 장력 조정이나 교체가 쉽습니다.
전남 여수시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을 잇는 길이 2.26km의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도 내진 설계가 돼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지진이 1천 년에 한 번 발생 가능한 빈도를 기준으로 내진 1등급으로 설계했습니다.
이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 7등급으로 리히터 규모로 보면 6.0의 진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이순신대교 유지관리사무소는 지진에 대비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A, B, C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습니다.
진도계급 4등급(리히터 규모 4.0 이상) 이상인 C등급이면 부분통제, 진도계급 5등급(4.9 이하)인 B등급이면 부분통제와 함께 대형차량 통행금지, 진도계급 6등급(5.0 이상)인 A등급이면 전면통제를 하게 됩니다.
또 부산 센텀시티와 남구 용호동을 연결하는 총 길이 7.42㎞의 해상 교량인 '광안대교'는 규모 6.0의 지진에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습니다.
광안대교 진입부 5곳에는 차량 진입 통제 여부를 알리는 지진경보 시스템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지하 깊숙한 곳이 아닌 표층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나름 기준에 따른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고 해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지진 취약 낡은 교량 '수루룩'…일부 지자체 내진율 '역주행'
고속도로 교량과 비교하면 국도와 시·도 교량의 지진 내진율은 다소 미흡합니다.
전국 국도 교량 6천910개 중 24%인 961개는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도 교량 10곳 중 2곳 이상이 지진 시 안전에 취약한 셈입니다.
여기애다 일선 시·군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교량은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치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교량도 적지 않아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지진이 잦아지는데도 일부 지자체들의 교량 내진 보강공사는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4천138개 교량 중 내진 설계가 된 교량은 32.9%인 1천360곳에 불과합니다.
이는 2011년 5월 조사 당시 49.5%였던 내진율보다 오히려 16.6% 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충북도는 787개의 교량·터널 중 77.9%인 613개 시설의 내진 보강작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산악지형으로 타 시·도에 비해 교량이 많은 강원도도 국도 교량 946개 중 13%인 127개는 내진 보강 대책이 시급합니다.
문제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더라도 낡은 교량이 적지 않고 내진 설계가 안 된 중소형 교량도 수두룩하다는 점입니다.
도로 교량의 내진율이 37.7%에 불과한 울산은 건설된 지 오래된 교량 대부분은 내진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고속도로 교량 중 안전점검에서 C 등급을 받은 교량도 150개에 달합니다.
이 중 33개는 내진 설계조차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 안전진단 C 등급을 받은 데다 내진 설계까지 안 된 고속도로 교량이 최근 지진이 잇따른 경주·울산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고속도로 교량은 연간 13억대의 차량이 다닌다"며 "지진으로 교량이 파괴될 경우 대규모 인명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내진 성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홍천)은 "전국 사장교와 현수교 53개 23곳만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설치했다"며 "지진 재난의
지진가속도계측기는 시설물의 진동을 측정해 지진에 따른 피해 정도와 위험도를 분석하는 장치입니다.
2013년 설치의무 대상이 저수지, 행정기관, 단독청사, 국립대, 사장교와 현수교 등으로 확대 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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