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비리’ 1억8000만원 뇌물받은 부장판사 재판에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정운호 씨(51·구속기소)의 법조 비리에 연루된 현직 부장판사가 각종 재판 관련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씨로부터 총 1억8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수재)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를 20일 구속기소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정씨 소유의 고가 외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와 취득세·차량보험료 등을 사실상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매대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1억원의 웃돈까지 얹어 1억5000만원을 브로커 역할을 한 성형외과 원장 이 모씨(52·구속기소)를 통해 현금으로 되돌려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 돈이 정씨 관련 사건의 재판부 청탁·알선 명목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이 자사 제품의 모조품을 제조·유통시킨 업체를 고소한 사건 항소심을 맡아 일부 피고인의 형량을 1심보다 높게 선고한 바 있다. ‘엄벌 청탁’이 통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2014년과 지난해 말에도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SK월드 관련 소송과 정씨의 해외 상습도박 사건 재판부에 청탁해주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현금 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재판부에 실제로 청탁하지는 않았고 내 재판과 관련한 청탁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가로 연루된 법조인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부장판사가 2012년 정씨로부터 해외여행 경비를 받았다거나 김 부장판사의 딸이 2013년 미인대회에서 입상하는 데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 4월 정씨와 최유정 변호사(46·27기·구속기소)의 폭행 시비에서 불거진 법조 비리 사건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전망이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사업 관련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박 모 서울고검 검사(54·16기)도 수사 중이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