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에 온 가족이 만나는 날은 설과 추석 두 번이라 할 수 있는데요.
모처럼 일가친척이 한 상에 둘러앉아 안부를 묻고 덕담도 건네는 소중한 시간인데, 요즘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3년간 명절 연휴에 접수된 가정폭력이 약 4천 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뉴스추적, 추성남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추 기자! 아직 추석 연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족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이번에도 많이 발생했지요?
【 대답 】
추석 연휴 첫날부터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전북 완주에서 처남인 73살 김 모 씨가 추석을 함께 지내러 온 매제 74살 이 모 씨를 흉기로 찔렀습니다.
수개월 전 매제가 자신을 때렸는데,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이 일어났고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고 김 씨는 밝혔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피의자
- "(매제가)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눈을 때려서. 순간적으로 그러니까 나도 그냥 화가 난 김에…."
【 질문 2 】
돈 때문에 형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또 친정에 가겠다는 아내를 폭행한 남편도 붙잡혔지요?
【 대답 】
추석날인 지난 15일, 경북 김천에서 56살 나 모 씨가 59살 형을 찾아가 흉기로 찔렀습니다.
또, 인화물질을 자기 몸과 방바닥 등에 붓고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돈 때문이었는데, 토지 보상금 분배 방식을 두고 형에게 불만이 있었던 겁니다.
광주에서는 아내를 때린 남편이 붙잡혔습니다.
여행가기로 한 아내가 갑자기 친정에 가고 싶다고 하자 뺨을 두 대 때렸다고 합니다.
【 질문 3 】
추 기자! 가족 간의 크고 작은 다툼이 이번 명절만의 일은 아닌데,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 대답 】
경찰청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3년간 추석 연휴 기간에 112에 신고된 가정 폭력이 평균 4천여 건에 달합니다.
평소보다 최대 2배가량 많은 건데요.
주로 저녁 식사를 한 뒤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면서 술을 한두 잔씩 마시게 되잖아요.
▶ 인터뷰 : 최명기 / 정신과 전문의
- "(일부 가족의 경우) 기본적으로 갈등이 많이 깔려져 있기 때문에 안 만나야 안 싸우는데 추석 때 만나게 되니깐…. 거기에 술이 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만나더라도 술을 안 마시면 되는데, 대부분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보면 취중상태에서 그러는 경우가 많아요."
【 질문 4 】
추 기자! 명절 스트레스도 한 가지 원인이 될 것 같은데요.
특히, 부부 사이에는 친정 문제가 가장 큰 갈등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 대답 】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친정에 가겠다는 아내를 폭행한 남편에 대해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직접 한 부부를 만나서 서로 어떤 부분에서 불만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친정 문제를 꺼냈습니다.
▶ 인터뷰 : 안광헌 / 경기 여주시
- "손님들 오면 맞이하고 해야 하는데, (아내는) 차례 지내면 얼른 (친정에) 가자는 식으로…."
▶ 인터뷰 : 김 화 / 경기 여주시
- "명절 끝나고 (남편이) 먼저 이제 친정에 가자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제가 먼저 할 때?"
【 질문 5 】
그래서일까요? 명절 직후에는 이혼소송이 급증한다고 하던데요.
【 대답 】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대법원의 이혼소송 접수 현황을 살펴봤더니 매년 2~3월과 10~11월이 이혼소송 접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설 직후가 전달보다 가장 크게 늘었습니다.
이혼소송의 주된 원인은 며느리와 시댁 식구들 사이의 소통 부재, 과도한 명절 노동, 고부간 갈등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지훈 / 변호사
- "남편은 아내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하고. 그래서 따뜻한 말 한마디. '많이 힘들지?'하면 (아내는) 다 풀리거든요. 아내도 힘들지만, '여보 나 힘들어'라고 하지 말고, '자기도 힘들지?'라고 얘기하면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다 풀리거든요."
【 앵커멘트 】
이혼율이 급증하고 가정 폭력도 평소의 2배로 늘어나는 명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해지는데요.
부부간에 형제간에 또 부모 자식 간에 명절 때만큼은 좀 더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겠습니다.
뉴스추적 추성남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