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닥친 사상 최악의 강진으로 진앙지인 경주 일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추석 연휴 내내 진원지인 내남면 일대에는 고향을 찾은 자녀들과 경주시 공무원, 군인 등이 한마음으로 모여 피해복부에 안간힘을 쏟았다. ‘제 16호 태풍 말라카스’ 북상 소식에 최대한 빨리 복구를 마치기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구슬땀을 흘린 것. 그러나 이 일대에는 300 여 차례 이상의 여진이 계속 되면서 긴장감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연휴 막바지에 고향을 떠나 귀경하는 자식들의 발걸음과 표정 역시 무거워 보였다.
규모 6.0에 이르는 지진발생 6일째 추석 연휴 막바지인 17일. 진원지인 내남면을 비롯해 인근 건천읍 등의 시골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표정이 가득했다.
진도가 이미 2.0 수준으로 ‘확’ 떨어졌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발생하는 여진은 온 마을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로 밤샘대피에 나섰던 지난 12일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건물이 부서지거나 집기 등이 파손된 피해를 한옥가구 등의 농민들은 추석 연휴를 맞아 찾아온 자녀·친지들과 군·관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임시복구를 해둔 상황. 그러나 경주 건천읍에 있는 한 사찰을 비롯해 규모 5.8 지진 발생 당시 뒷산에서 거대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집무실로 쓰는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내려앉은 모습 아직 그대로다. 였다.
내남초 인근의 주민 이모(70) 할아버지는 “아직 부서진 지붕 등을 복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우선 지붕에 비닐 등을 덮어 놨다”며 “태풍이 온다는 데 집으로 물이 흘러 들어올까봐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18일 태풍 ‘말라카스’는 국내 상륙해 제주도를 비롯해 경북 해안 지역으로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8일에는 초속 9m의 강풍도 불 것으로 예보됐다.
경주 시내 황성동에 사는 오영곤씨(58)는 “지진에 이어 태풍 영향으로 농번기 수확까지 차질이 생길까 우려돼 어제 서울로 가는 자식들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며 “먼 길 운전해서 돌아가는 잡생각하면서 운전하면 위험할까 ‘괜찮다’고 달래주긴 했지만 걱정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본 시설의 51%는 응급조치가 완료됐다. 안전처가 17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응급조치 실적에 따르면 조치 대상인 5582곳 가운데 2848곳(51%)이 완료됐다.
사유시설은 5천276곳 가운데 2천542곳(48.2%)의 응급조치를 마쳤으며, 공공시설은 306곳 모두 조치됐다.
응급조치 기준은 건물 균열은 2차 붕괴를 방지하는 안전조치이며, 지붕 파손은 천막설치, 담장·유리파손은 폐기물 처리, 수도배관 파손은 배관교체 등이다. 다만 개인 보험처리 대상인 차량파손(70건)은 응급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해복구에는 공무원 2413명, 군인 624명, 경찰 131명, 소방 925명, 기타 1749명 등 모두 5842명이 추석연휴를 사실상 반납하고 나섰다.
현장을 방문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명절 연휴가 닥쳐 복구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의가 많아 경북도가 직접 나서 조기 복구에 나섰다”며 “경주시민들이 신음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함께 현장에서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경주와 울산 울주군을 중심으로 주택 위험도를 점검하기 위해 안전진단 지원팀 2개반을 파견해 19일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구조물 안전분야 민간 전문가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으로 구성한 안전진단 지원팀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진 피해시설물 위험도 평가단’과 함께 2차 피해발생 가능성 등을 점검한다. 교육부는 경북과 경남, 울산의 초·중등 40개교를 대상으로 20∼21일 민관 합동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도 경주를 방문해 주민을 위로하고, 북상 중인 태풍 말라카스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당부했다. 박 장관은 월성원전도 찾아 국민의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안전성을 최고 수준으로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2일 두 차례 지진 후에도 300여차례 여진
[경주 = 이지용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