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날짜, 식장이 잡혀야 잡는다" 예식장 잡기 '전쟁'

"결혼 날짜, 식장이 잡혀야 잡는다" 예식장 잡기 '전쟁'

↑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이모(31)씨는 내년 11월 결혼을 앞두고 최근 결혼식장을 예약했습니다.

결혼식장 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예약을 한 것입니다.

이 씨는 양가에서 택일한 두 날을 염두에 두고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결국 잠실 한 결혼식장에서 엉뚱한 날 결혼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리 정한 날짜에는 비어 있는 결혼식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지역의 인기 좋은 예식장은 이 씨 처럼 같이 결혼식 1년여를 앞두고 예약하기도 쉽지 않다지만, 다른 대부분의 예식장도 예약을 6개월 전에는 해야 하는게 보통입니다.

내년 4월 딸 결혼식을 앞둔 정모(56)씨도 최근 수원 한 예식장에 예약했습니다.

역시 예식장 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때문에 서둘러 예약을 한 것입니다.

오는 10월 22일 결혼하는 성모(33.여)씨 역시 이미 4월에 결혼식장 예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성씨는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예식장 찾기에 나섰다"며 "요즘 집에서 결혼식을 날짜를 잡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결혼식장 예약이 없는 날이 결혼식 날"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을 결혼 시즌을 맞아 '요즘 결혼식장 잡기는 전쟁'이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최근 젊은 층의 취업난과 비혼(非婚)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는데 예식장 잡기는 오히려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봄과 가을, 토요일과 일요일에 결혼식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토·일요일에도 점심 식사시간 전후 이른바 '황금시간대'를 중심으로 특정 시간대에는 예약이 어렵습니다.

이와 함께 지하철역 주변 예식장, 넓은 주차장을 확보한 예식장, 접근성이 좋은 예식장 등 교통여건이 좋은 예식장일수록 예약하기는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그러다 보니 즐거워야 할 결혼식을 쫓기듯 해야 하고, 앞 결혼식 축하객과 뒤 결혼식 축하객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입니다.

서울 잠실의 한 웨딩홀 관계자는 "한겨울인 내년 1∼2월이 아니면 조만간 원하는 시간대에 결혼식 예약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비부부들이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에, 결혼식을 보다 좋은 예식장에서 하려다 보니 예약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원의 한 웨딩홀도 올가을 토요일과 일요일 인기 좋은 시간대 예약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웨딩홀 업계 관계자들은 "예식장이 예전보다 줄거나 결혼할 사람이 많아져 요즘 웨딩홀 예약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곳에서 하려다 보니 예비부부들이 빠르면 1년 전부터 앞다퉈 결혼식장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결혼식 날짜를 잡아 놓은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늦게 결혼식장 찾기에 나서면 원하는 날짜가 아닌, 결혼식장이 비어 있는 날짜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혼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결혼식장 예약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친인척과 친구 등 가깝게 지내는 지인만 초대해 평일 저녁 시간 등을 이용해 결혼식을 하거나, 화려하게 꾸며진 결혼식장이 아니더라도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백년가약(百年佳約)을 하는 것이 '예식장 예약 전쟁'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