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선이 1년이 넘게 남았지만,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잠룡들은 이미 이슈 선점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다양한 공약 이슈들을 쏟아 놓느라 바쁩니다.
이달 초 일찌감치 대권도전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첫번째 공약으로 모병제 도입을 내놨습니다.
모병제란 군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군대에 가게 하겠다는 거죠. 지금 우리나라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성들은 무조건 군대에 가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군인 수를 지금의 반으로 줄이고, 사병 월급도 200만 원으로 올리자'
반대하는 소리도 나옵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거기다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군인 수를 줄이는 건 말도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도 북한의 군인 수가 우리보다 2배나 더 많으니까요.
또, 군납 비리와 고위직 자녀의 병역특혜 논란, 군 내 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누가 스스로 지원해서 군대에 가겠냐고 묻습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결국엔 형편이 어려운 흙수저 자녀들이 군에 지원할 것이고, 계층간 차별은 더 심각해질거라고도 했죠.
그럼 찬성하는 쪽은 뭐라고 하나 볼까요?
우선, 군에 갈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엔 만 20세 남성이 35만 명, 6년 뒤엔 26만 명으로 줄어드는데,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이 없는 한 병력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겠죠.
게다가 요즘같이 첨단 과학무기를 사용하는 시대엔 군인의 숫자보다 능력이 우선이기에 소수라도 전문 인력을 배치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한창 나이에 세상과 단절한 채 반 강제로 군에 가야하는 청년들에겐 사회에서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직업군인이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찬반 모두 일리 있긴 하죠?
사실 모병제에 관한 논의는 2005년 참여정부 때도 있었습니다. 당시엔 군의 반대로 공론화 되지도 못했지만, 이번엔 좀 다른 듯 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토론방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가 모병제를 찬성했고, 같은 시기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역시 절반 이상이 모병제에 찬성했습니다.
반대로, 모병제 반대 의견이 많은 조사에서도 4년 전에 비해 찬성하는 수가 두 배나 늘었습니다.
이렇게 국민의 관심도 커지고 대부분의 국가가 모병제를 실시하는 걸 보면 모병제 논의를 해볼 분위기는 어느 정도 조성이 된 듯도 합니다.
미국은 1971년에 대통령이 모병제 도입을 발표하기까지 4년 동안이나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했던거죠. 우리도 선심성 공약은 안 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대립해서도 안 되는 중요한 사안이 바로 이 모병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건 군납비리, 병역 특혜, 폭행 사망사건을 뿌리 뽑을 군 문화 개선이 아닐까요.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모병제 도입 주장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지도 않았을테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