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가격 산지와 10배 차이, 계약재배 탓?…복잡한 유통구조 때문
↑ 배추/사진=연합뉴스 |
작황 부진과 추석 수요가 겹치면서 배추 값이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추의 산지 가격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은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계약 재배와 복잡한 유통구조 탓입니다.
대부분의 배추 농가는 계약재배 형태로 산지 유통인과 거래합니다.
파종 전 수확량과 관계없이 3.3㎡(1평)당 일정 금액을 받는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작황 부진에 대한 리스크는 산지 유통인이 안게 됩니다.
마치 옵션의 (팔, 살)권리와 같이 일정 가격을 미리 정해놓아 위험을 헤지하는 것입니다.
11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태백 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보통 3.3㎡(1평)당 9천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다만 위험이 없어지는 만큼 배춧값이 급등해도 농민들은 추가 수입은 얻을 수 없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밝힌 지난 9일 기준 상품 배추(1㎏)의 평균 도매가격은 2천140원이며 시장에서는 상태에 따라 1만3천원까지 거래됩니다.
김진복 태백 귀네미마을 통장은 "소매가가 오른 만큼 농민들도 득을 보려면 계약재배가 아니라 '밭떼기'나 '차떼기'로 출하를 해야 하는데 작황이 부진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최근 몇 년째 배추 작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 큰돈은 못 벌더라도 안전한 계약재배를 선택하는 게 요즘 추세"고 덧붙였습니다.
즉 농민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계약 재배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복잡한 유통 구조가 곁들여지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릅니다.
보통 농민에게 배추를 사들인 산지 유통인은 도매시장에서 상·하차비 등 소요되는 비용을 따져 수입을 챙깁니다.
이어 중도매인과 유통점·소매상·소매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매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마진이 붙습니다.
한국 특유의 복잡한 유통구조가 가격 상승을 키우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시세가 좋을 때는 과거 손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마진율은 더욱 치솟습니다.
결국 최소 5단계 이상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산지에서 1천원 하는 배추가 1만원을 호가하는 배추로 둔갑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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