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곳곳에선 한진해운 선박들이 입항을 거부 당하고, 선원들은 바다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지요.
지금까지 피해액은 15조 원이 넘고, 앞으로 더 얼마가 늘지 모르는 상황. 결국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개인 돈을 내놓겠다고 했고, 정부도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이쯤하면 한진해운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나아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됐습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된거죠.
그럼 이런 상황을 초래한 한진해운 사태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요?
단기적으로는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법정관리를 결정한 정부와 금융당국자들이 떠오릅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너의 잘못을 말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한진해운은 2년 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을 이어 받았습니다. 당시 경영인은 조양호 회장의 제수인 최은영 회장이었죠.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사람이,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사망하자 갑작스레 경영을 맡게 된 겁니다.
해운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영 경험이 없던 최 전 회장은 시장 전망을 잘못해 용선료, 즉 배를 빌리는 비용도 비싸게 냈습니다. 결국, 전 세계 해운업 불황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이 돈은 모두 빚이 돼 버렸죠. 최 전 회장이 재임하던 당시 부채비율은 이렇게 폭등했습니다. 회사는 부실투성이가 됐고, 결국 경영권을 시아주버니에게 넘기게 되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최 전 회장은 52억 원의 퇴직금을 받고 시가 2천억 원이 넘는 한진해운 사옥과 계열사 일부를 챙겨갔습니다. 갖고 있던 주식도 자율협약 이틀전에 모두 팔아 10억 원의 이익을 남겼고요.
오죽하면 한 국회의원은 최 전 회장에게 저런 말을 했겠습니까.
재벌닷컴이 조사한 상반기 국내 대기업 경영진 보수 현황을 보면 더 화가 납니다. 회사를 망하게 하면서 받은 월급치고는 너무 많거든요.
반면, 이런 경영인도 있습니다. 1998년 국내 패션전문 업체인 메트로 프로덕트는 계열사인 미도파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식 매입으로 부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상열 사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자마자, 자신의 집을 저당 잡혀 직원들의 월급을 주며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애썼습니다. 결국, 기업은 다시 살아났고 직원들은 단 한 명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죠.
기업이 어떻게 되건 말건, 직원들이 어떻게 되건 말건, 자신의 이익만 챙겨 달아난 최은영 전 회장에게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네요.
또, 자기 이익 챙기기 만큼 회사 일을 공부하고 올인했더라면 어땠을까 묻고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