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사건 청탁’ 의혹을 받는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가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을 당시 자신의 수사 지휘 범위에 있던 수사 대상이자 사건 피의자인 박모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을 빌려 쓴 의혹에 대해 검찰이 조사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은 김 부장검사가 올해 3월 8일 동창 김씨로부터 1000만원을 송금받는 과정에서 박 변호사의 부인 계좌를 이용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직무상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최근 대검 조사에서 “김 검사가 급하게 쓸 돈이 있다고 해서 1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다음 날 반환하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는데 다른 사람(동창 김씨)이 돈을 보내온 것이다. 계좌를 빌려준 것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금전 거래 통로로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검찰 1년 선·후배 사이인 김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 평검사로 함께 일한 인연으로 이후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은 김 부장검사는 올해 1월까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으로 있을 때 박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을 직접 지휘하거나 유관 기관의 관련 조사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박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한 혐의, 차명 지분을 보유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혐의 등으로 2건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중 1건은 김 부장검사가 올해 초까지 직접 수사했다. 합수단은 1년 가까이 수사했지만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다른 1건에 대해서도 김 부장검사가 수사 대응 조언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은 없는지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은 박 변호사가 증시 상장 업체인 A사를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리는 과정에서 대량보유 지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단장인 김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를 상대로 한 금감원의 조사 과정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외에 남부지검으로 감찰 대상을 확대했다. 이로써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감찰 범위에 오른 검사들은 10여 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비위 의혹을 모두 확인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조사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가 지난해 박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 보기 위해 남부지검 사건 주임검사와 보고계통으로까지 감찰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 대한 수사 무마를 청탁하기 위해 접촉한 서울서부지검 검사 8∼10명,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내가 서부지검 부장들을 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식당에 불러 밥을 먹이며 자연스레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부지검 부장검사는 5∼6명이며 식사비용은 4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또 김씨 사건을 맡은 서부지검 평검사와 만나기 위해 “울산에 있는 친한 검사를 불러 3∼4명 엮어 밥을 먹였다”고 했다. 검찰은 이를 ‘울산에 있
김 부장검사는 “오죽하면 내가 고양(지청) 쫓아가고 마포(서부지검) 쫓아가고 어떻게든 끈을 만들어서 밥 먹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양지청에는 김 부장검사 동기가 차장검사로 있다.
[이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