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성대와 동서대가 교수진, 캠퍼스 시설, 강좌를 모두 공유하는 파격적인 대학교육 혁신에 나섰다. 오는 2023년 고교 졸업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대학 ‘입학절벽’을 앞두고 생존을 위한 대학 간 통합이 시작된 것이다.
송수건 경성대 총장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8일 낮 부산 롯데호텔에서 ‘경성대-동서대 대학 간 협력시스템 구축 협약서’에 공식 서명했다. 지금까지 대학 간에 일부 강좌를 공유해 학점을 인정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투자예산 공동수립 과정부터 학교자산의 인적·물적 공유를 시도한 것은 두 대학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협력분야는 ▲문화콘텐츠 특성화 ▲공동 리버럴아트 칼리지 설립·운영 ▲글로벌 프로젝트 ▲미래 첨단기술 공동연구센터 구축 ▲벤처창업 아카데미 운영 ▲대학원 전공교과 협력 ▲기독교 공동체 ▲대학 인프라 공유 등 8개 항목이다.
두 대학이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선 것은 최근 학령인구감소와 대학구조조정 압박 등 대학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정부와 여론에 밀려 구조조정에 나서기 보다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조치로 보인다.
두 대학은 우선 이번 학기부터 인프라 시설을 공유한다. 도서관·스포츠시설·공연장·전시실·공동기기센터 등을 두 대학의 학생, 교수들에게 개방한다.
공동 리버럴아트 칼리지 운영 분야에서는 두 대학 스타 교수 강좌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유명한 외부 강사를 공동으로 초빙해 강좌를 개설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양 대학이 핵심 교양강좌를 전문화시켜 공동운영하는 리버럴아트 칼리지를 설립을 추진한다.
대학원전공 교과의 경우 공통 과목은 하나로 통합해 개설해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두 대학이 강점을 보이는 영화·연기·미디어·디지털콘텐츠·디자인 등 문화콘텐츠 특성화 분야에서는 교육·연구·제작기반을 공유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화산업을 선도하기로 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나 해외 캠퍼스 건설도 공동으로 추진해 효과는 높이되 비용은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추진 실무책임자인 이남주 경성대 기획조정처장은 “대학등록금 동결과 대학입학 자원 감소로 시설투자나 고가장비 구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대학 간 협력을 통해 난관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대학은 이날 합의에 따라 8대 과제별 TF(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2학기
이번에 합의한 8개 분야 외에도 학생 축제, 체육대회, 교내 경시대회 등도 공동개최하고 대외 공모전에는 두 대학 연합팀을 구성해 참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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