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한 30대 남성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쓰러졌는데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지요. 사람들이 외면하고 지나가는가 하면, 그의 휴대전화를 훔쳐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1시간 이상 방치된 그는 숨졌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요.
지난 25일 대전에선 운행중이던 택시 기사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그 차에 탔던 승객 2명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죠. 해외 골프여행을 가느라 바빴다는데… 결국 이 택시기사도 숨졌습니다.
근처 병원에라도 데려다 줬더라면, 아니 119에 전화 한 통만 해줬더라도 어쩌면 이 분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여러분이, 또는 여러분의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죽어가는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않은 채 무심히 지나친 그들 모두에게 죄를 묻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적으론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법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지 않고 그냥 지나가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죠.
응급환자를 봤을 때 의료기관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응급 의료법이 있긴 하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은 없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는 걸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이탈리아·네덜란드 등은 징역 3개월, 독일과 그리스는 징역 1년, 프랑스는 징역 5년까지 처벌하게 돼 있지요.
미국은 196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 현재 31개 주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습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단 이유로 임기가 만료돼 자동폐기 됐었죠.
그리고 지난 6월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이 구조 불 이행죄, 일명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재난이나 범죄로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은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자는건데, 하지만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찬반 또한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있어 왔습니다.
'남을 돕는 것도 개인의 양심에 따른 자유이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 반면, 찬성하는 이들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법으로라도 사회공동체 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또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시행될 경우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지난 2011년 한 버스기사가 성추행을 하는 장애 남학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으면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법이지만 그 법으로 피해를 보는 이가 있어선 안 되니까요. 법은 인간 활동을 규제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젠 개인의 '양심과 도덕'에도 최후의 수단을 따져야하는 세상이 왔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