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극적 고독사 되풀이…사회적 시스템 시급해
↑ 고독사/사진=연합뉴스 |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 사고나 질병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몸이 불편한데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방치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무더위에 지쳐 변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웃과 단절된 홀몸 노인 증가로 변을 당한 뒤 곧바로 발견되지 않는 일도 흔합니다.
외롭게 고된 삶을 살던 노인들이 마지막 죽음마저 비극적으로 맞이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7시 50분께 충북 영동군 용산면의 사과밭에서 혼자 살던 A(78)씨가 경운기에 깔려 숨진 것을 아들(48)이 발견했습니다.
아들은 경찰에서 "사흘째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친척의 전화를 받고 집 주변을 살펴보던 중 사고 현장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자녀들을 출가시킨 뒤 혼자 산골에 남아 농사를 지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장소는 외진 곳이어서 평소 주민 왕래가 거의 없습니다.
경찰은 "경운기에 후진 기어가 넣어져 있고, 적재함에 풀 등이 실린 점으로 미뤄 제초작업을 하던 A씨가 경운기를 뒤로 빼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바퀴에 깔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2일 부산 중구 신창동에서도 혼자 살던 B(79)씨가 숨진 상태로 요양보호사에게 발견됐습니다.
고혈압 등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B씨는 35도 가까운 폭염 속에 찜통이나 다름없는 방바닥에 누워 숨져 있었다. 방안에는 꺼져 있는 선풍기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검안 의사는 사망 원인을 폭염으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단칸방에 세 들어 살던 C(5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이 발견했습니다.
집주인은 경찰에서 "김씨가 월세를 내지 않고 문도 잠겨 있어 119를 불러 문을 열었다가 현장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안 의사는 시신 부패 상태 등을 토대로 C씨가 숨진 지 한 달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C씨는 가족과 떨어져 별다른 직업 없이 외롭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6월 23일 강원도 횡성에서는 숨진 아내의 시신 옆에서 거동 못 하는 남편이 아사 직전에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방충망을 뜯고 집에 들어가 보니 할머니(76)는 방바닥에 누운 채 숨져 있고, 그 옆에 기력 잃은 할아버지(77)가 겨우 눈만 뜨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숨진 할머니는 평소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앓으면서도 거동을 못하는 남편의 대소변까지 받아내면서 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늘면서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는 노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도 맞춤형 시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래 질병을 앓는 저소득 홀몸 노인 6천790명에게 비상호출 기능 등을 가진 '사랑의 안심폰'을 보급하고, 전남도는 고독사 위험군 2천700명을 1대1로 보살필 지킴이단을 발족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는 홀몸 노인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생활하는 '어르신 그룹홈'을 건립했고, 성남시는 홀몸 노인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조정할 '독거 노인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곤경에 처한 이웃이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회복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지자체의 방문 보호 사업 등 사회 안전망 강화를 요구하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권중돈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가족이나 이웃 간 연결 고리가 약화되면서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지자체가 홀로 사는 노인을 자주 찾아 말벗이 돼 주는 등 사회적 차원의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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