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에도 한산한 보신탕집…'반려동물 증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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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 / 사진=연합뉴스 |
보신탕은 여전히 '우리나라 대표 보양식'일까요?
중복(中伏)인 27일 전국 각지의 보신탕집 풍경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많은 보신탕집이 예년에 비해 방문객이 부쩍 줄어든 모양새였고, 일부 가게는 점심 시간임에도 한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날 정오께 여의도 한복판의 한 보신탕집은 입구에 '27일은 중복입니다'라고 적힌 스티커가 며칠 전부터 붙었지만 식당 내부는 한가했습니다.
전체 40개 테이블 중 10여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2∼3명씩 앉아 조용히 보신탕을 즐겼습니다. 대부분 중장년층이었고 젊은이나 여성 손님은 없었습니다.
일손이 남아 쉬던 직원 성모(60·여)씨는 "그래도 평소보다는 손님이 10% 정도 늘어난 것"이라면서 "3년 전만 해도 복날만 되면 가게 앞에 줄을 섰는데…"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회사들이 밀집한 중구의 한 보신탕집도 한창 점심을 먹을 시간에 총 40석 중 절반이 겨우 찬 모습이었습니다. 인근의 베트남쌀국수 가게와 냉면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어 대조적이었습니다.
이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4∼5년 사이에 손님이 25%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 유모(54)씨는 "원래 복날에는 자리가 없어 기다렸는데 요새는 확실히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습니다.
성동구 사근동의 사철탕집도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왁자지껄 반주를 곁들이며 보신탕과 개고기 수육 그릇을 비우는 손님들은 대다수가 50대 이상 중년·노년층이었습니다. 깻잎 향이 섞인 매콤한 보신탕 냄새가 주변 거리까지 진동했지만 인근 대학교 학생들은 고개를 돌리며 다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개고기를 즐긴다는 김모(27)씨는 "수육도 잘 먹을 정도로 개고기를 좋아하는데 주변에서 알게 되면 왠지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여자친구나 친한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한다"며 조용히 수저를 놀렸습니다.
지역의 유명 보신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충북 청주의 이름있는 보신탕집 주인 B씨는 "중복에는 원래 20∼30명 단체 예약도 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예약이 아예 없다"면서 "요즘엔 먹거리가 워낙 많으니 젊은 세대가 굳이 보신탕을 찾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성남 모란시장 가축상인회 김용복 회장은 "10년 전에는 복날이 되면 가게당 하루 매상이 1천만원에 달했는데 4∼5년 전에 비해 식용견 판매가 40∼50% 줄었다"면서 "반려견과 식용견은 엄연히 다른데 개고기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져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식(食)문화 변화와 반려동물 증가가 '보신탕 몰락'의 양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는 올해 1천만명을 넘었습니다.
실제 중장년층 중에 과거 보신탕을 즐겼으나 반려견을 키우면서 개고기를 끊었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의정부에 사는 김모(56)씨는 "30여 년간 매년 스무 번 넘게 보신탕을 먹을 정도로 '마니아'였으나 올해 3월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한 후로 보신탕을 끊었다"면서 "초복 때도 보신탕
동물보호단체의 꾸준한 개 식용 반대 캠페인도 보신탕 문화 쇠락의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날 오전 '동물자유연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식용견도 반려견과 똑같다'는 취지로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